제목 달마 이야기 ③⑧ 난 파...... 날짜 2017.03.12 11:04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247

바다위에서 어언 일 년의 세월이 흘렀다.

도견왕이 준비해 준 마른 음식과 열매 그리고 대나무통에

저장해 둔 식수는 아직도 반 이상이나 남아 있었다.

그만치 달마의 계획은 치밀했다.

달마는 앞날의 광명과 희망을 꿰뚫어 내다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고생과 고통은 행복과 즐거움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겨울과 여름이 어느덧 세 번이나 바뀌었다.

이 날도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달마는 선미(船尾)에 앉아 한 손으론 방향타를 잡고 한 손은 돛을 올리는 밧줄을 꼭 쥐고 있었다.

파도의 물벼락에 휩쓸려 달마의 온몸은 흠뻑 젖어 처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달마는 애써 배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럴 때마다 배는 파도에 놀아나듯 곤두박질쳤다.

이 바람에 달마는 몇 번이고 바다 속으로 던져질 뻔했다.

달마가 뱃길을 떠난 후 이번처럼 호된 시련을 겪은 일은 일찍이 없었다.

악천후는 기세가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드세졌다.

바위덩이같은 달마의 마음도 잠시 흔들렸다.

일말의 불안과 초조가 그를 허둥대게 했다.

그러나 달마는 곧 마음을 집중했다.

방향타를 꼭 쥐고 바다 한가운데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조금 약해지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달마는 성난 파도 때문에 잃어버린 방향감각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제 그랬냐싶게 햇빛이 내리 쪼였다.

달마는 서쪽으로 기우는 태양을 등지고 동쪽으로 방향타를 잡았다.

그러나 밤이 되자 날씨는 더욱 더 무섭게 표변했다.

빗줄기는 계속 굵어지고 바람 또한 더욱 거세졌다.

밤은 마치 악마처럼 검었다.

갑자기 태산같은 파도가 밀려왔다.

배는 순식간에 파도 속에 자취를 감췄다.

큰 돛대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가 나고, 방향타마저 온데간데없었다.

배는 균형을 잃고 파도에 말려 회돌이쳤다.

침착하고 용의주도한 달마조차도 대처할 겨를이 없었다.

달마는 어떻게 해서든 밧줄을 잡고 배의 나무판에 자기 몸을 묶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한 무더기의 파도가 다시 한 번 배를 강타하자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

배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달마의 몸통이 파도에 실려 날아갔다.

실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달마는 시커먼 파도 속에서 분명히 죽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끝장이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아미타불!”

달마는 계속

“아미타불!”

을 입 속에서 부르짖었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여 곧 극락세계로 가서

왕생정토(往生淨土)하게 될 것을 염원하기 위함이다.

이른바 극락세계란 즉 ‘정토’를 일컫는 것이다.

‘아미타경’에서 말하기를

“서쪽으로 불토 십만억을 지나면 한 세계가 있는데 그 이름이 극락이며

그 땅에 부처가 있어 아미타불이라 칭한다”

고 했다.

그리고 극락세계의 아름답고 신묘한 경치를 묘사해 놓았다.

또한 아미타불을 믿고 서방정토에 태어나기를 원하거나

관상(觀想) 혹은 염불(念佛)하면 죽음 뒤에 부처의 원력과 감응으로

왕생정토되어

“여러 선인들과 한 자리에 모여 지낼 수 있다”

고 쓰여 있다.

그러나 정토는 함부로 왕생할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 세상에 남아 업보를 더 치러내야 하는 것인지 파도는 달마를 삼키지 않았다. 거

센 파도에 실려 달마의 육신은 갈색의 암초 위에 던져졌다. 달마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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