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④ⓞ “路行跨水復逢羊!” 날짜 2017.03.13 10:00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78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풍향(風向)이 바뀌면서 조류가 썰물이 되기 시작했다.

달마를 실은 나무판은 걷잡을 수 없이 다시 바다 가운데로 밀렸다.

두 손을 노 삼아 힘껏 저어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달마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죽을 힘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자비가 어찌 달마를 그대로 방치하겠는가.

달마의 나무판은 ‘꽝’ 소리와 함께 썰물로 물이 빠지면서 수면 밖으로 드러난 암초 위에 실렸다.

달마는 머리가 아찔했으나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에 사로잡혔다.

겹겹이 쌓인 피로 때문인지 달마는 눈을 뜨지 못하고 그대로 뻗어 버렸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잠 속에 빠졌는지 모른다.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와 닿는 걸 느끼면서 달마는 눈을 떴다.

새벽이었다.

뿌연 하늘엔 몇 조각 구름이 걸려 있었다.

찬란한 아침 해가 지평선 너머에서 떠올랐다.

바위에 서서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달마는 감개가 무량했다.

동쪽 땅 해 돋는 곳이 바로 눈앞에 있지 않은가.

해안가에 펼쳐진 광경은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바닷가 모래는 햇빛을 받아 금싸라기처럼 반짝였다.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일(一)자 형태로 날아오더니 그의 머리

위에서 인(人)자 대열로 바꾸며 자태를 뽐냈다.

멀리 푸른 들판이 보이고 그 뒤의 산들은 위용을 자랑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에 달마는 모든 것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이윽고 정신을 가다듬고 해안가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흰 구름이 깔려 있는 듯싶은 한쪽 구석에서 ‘음메-’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틀림없는 양의 울음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달마는 깜짝 놀랐다.

문득 스승 반야다라가 읊은 게송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보면 물을 건너고 또다시 양을 만난다(路行跨水復逢羊)”

는 게송대로 지금 물을 건너 양을 만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곳이 바로 스승이 말한 불연(佛緣)의 땅,

동쪽의 진단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달마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 곳이 바로 동토였다.

광동 해안의 ‘하구로(下九路)’라는 곳이다.

훗날 ‘서래초지(西來初地)’ 즉 달마가 서쪽에서 와서

최초로 도착한 땅이라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역사의 기록에는 이 날이 양무제(梁武帝) 보통(普通) 7년 즉 단기 2859년,

서기로는 526년 음력 9월 27일이라고 쓰여 있다.

태양은 점점 솟아올랐다.

남쪽의 작렬하는 햇빛은 물에 젖은 달마의 가사를 말려 주었다.

달마의 마음과 몸은 드디어 햇빛과 하나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달마의 내면 세계에선 무한한 힘이 샘솟았다.

달마는 불과 1리 안팎의 거리를 돌파하기 위해 바다 속에 뛰어들었다.

달마에게 이 정도 거리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3년 동안이나 바닷길에서 천신만고를 거듭한 달마는 마침내 뭍을 밟는데 성공했다.

그의 굳은 믿음과 불굴의 정신 그리고 스승에 대한 의리와

강한 의지가 꿈에도 그리던 동쪽 땅에 다다르게 한 것이다.

두 다리로 밟고 선 땅을 몇 번이고 확인하고 싶어 달마는 힘주어 발을 굴렀다.

그는 새삼스럽게 자세를 가다듬고 바로 섰다.

갑자기 보다 성숙된 자신을 발견하는 것 같았다.

성공의 희열 속에 모든 것이 공(空)하다는 진제(眞諦)를 새삼스럽게 곱씹었다.

달마는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잠시 고개를 돌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만경창파는 아스라이 바다의 교향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지난날의 바다의 어두움과 두려움은 그 소리에 실려

달마의 귓가에서 희망으로 승화되었다.

태양은 더욱 높이 솟아올랐다.

달마는 양 떼를 방목하는 풀밭에 도착했다.

풀밭 한가운데엔 큰 바위가 있었다.

바위 위엔 채찍을 든 노인이 앉아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쩌면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달마는 황급히 앞으로 다가갔다.

합장을 하면서 공손히 예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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