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④③ 환대... 날짜 2017.03.13 11:10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246

주지 스님의 방문이 반쯤 열리면서 젊은 스님이 광지 법사 옆으로 조심스레 다가왔다.

큰절로 예를 갖춘 다음 나지막이 고했다.

“주지 스님께 아룁니다. 관아에서 큰스님 한 분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일단 말을 마친 젊은 스님은 한쪽 구석으로 물러갔다.

분부가 있을 때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절 안의 법도였다.

그러나 광지 법사는 아무 소리도 못 들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경전 외우기에 빠져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젊은 스님은 조바심이 났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대로 한참을 기다렸다.

거의 반 시각이나 흐른 듯싶었다. 그대로 기다리다간 자칫 낭패를 볼까 두려웠다.

젊은 스님은 다시 주지 스님 옆으로 가서 절을 한 다음 아뢰었다.

“양성 자사 소대인의 서찰도 있습니다.”

두 손으로 서찰을 받들어 올렸다.

그제야 광지 주지는 두 눈을 살며시 뜨면서 서찰을 받았다.

서찰을 촛불에 비춰 읽어 내려가던 주지의 얼굴에 갑자기 경련 같은 것이 일었다.

무엇 때문인지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제 정신이 아닌 듯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바로 그 분이란 말인가?”

젊은 스님은 일찍이 주지가 그토록 놀라는 것을 본 일이 없었다.

어쩔 줄 몰라서 황급하게 말했다.

“천축에서 온 큰스님이라고 들었습니다.”

경련을 일으키던 주지의 얼굴이 환희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웃음 머금은 눈으로 젊은 스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가 기다리던 보람이 있었구나…. 이렇게 그 분이 오시다니.

절 문을 활짝 열어 천축의 달마 조사를 크게 환영하도록 하라.”

달마 조사라는 소리에 젊은 스님도 기절초풍할 뻔했다.

비로소 이 밤중에 관아에서 군졸들이 호위하여 모셔 온 까닭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젊은 스님은 자책하는 마음을 떨칠 길이 없었다.

공부하는 처지에 있는 몸으로 조사를 직접 보고도 조사인줄 몰랐다는

것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눈은 있으되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을 갖고서 어떻게

수행승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스님은 정신 없이 이곳 저곳 선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이 사실을 알렸다.

북과 종을 함께 치고 향을 올리고 폭죽을 터트리게 했다.

최대의 예를 갖추어 천축의 달마 조사를 맞을 차비에 부산했다.

한밤중의 정적을 깨고 절 안팎은 순식간에 물 끓듯 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분주함에 속사정을 잘 모르는 사미승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부산하게 움직였다.

잠시 후 모든 준비가 끝났다.

또 한 차례 북과 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이어 절 문이 활짝 열렸다.

광지 주지는 모든 중들을 대동하고 ‘八’자형으로 열 지은 다음 엎드려 일제히 소리 높여 인사했다.

“천축 조사님을 환영합니다.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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