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④⑤ 욕불절의 법회 날짜 2017.03.13 11:29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836

보리달마가 법성사에 주석하고 있다는 소식은 날개 단 듯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유명 사찰의 고승 강백은 말할 것도 없고 고관과 귀인 그리고

거부 거상(巨富巨商)에, 일반 백성들까지 끊임없이 찾아들었다.

조용하던 법성사는 양성의 시가지 마냥 번잡스럽게 되었다.

법성사의 살림도 덩달아 풍족해졌지만 이런 광경을 바라보는

달마의 마음은 개운하지가 않았다.

달마는 이런 것으로 중생을 널리 제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달마는 광지 법사에게 중생을 광도(廣度)하는 방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그의 의견을 좇아 우선 법성사 안에 경단(經壇)을 높이 쌓아올리고 법회를 갖기로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광범위하게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광지 법사는 지체하지 않고 주부(州府)에 경단 설치를 신청했다.

이 신청을 받고 누구보다도 반가워한 사람은 자사 소앙이었다.

그는 벌써부터 불조의 법요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의 광주에는 법회를 공개해서 하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법성사에 찾아드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 자사의 처지에선 오히려 겸양해 오던 터였다.

이미 봄철도 무르익어 얼마 있으면 4월 초파일이 된다.

이 날을 이 곳에선 욕불절(浴佛節)이라고 불렀다.

자사 소앙은 이 날을 잡아 법회를 갖도록 조치했다.

자사 소앙은 고을마다 관첩(官帖)을 내렸다.

법성사에서 열리는 달마 조사의 대법회에 될수록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때맞춰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참선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 소앙의 일념이었다.

법성사의 욕불절 성회는 그야말로 장관(壯觀)이었다.

절 안팎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등이 내걸렸고 오색으로 채색된 띠가 사방 팔방에 펄럭거렸다.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찾아온 스님들로 절 안엔 머물 곳조차 찾기 어려웠다.

게다가 수많은 대중들까지 몰려들었으니 법성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절 경내엔 천 명이 넘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지만 이미 빈 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돌로 높이 쌓아올린 강경대에는 제단이 설치되고 그 위엔 커다란 구리향로가 놓여 있었다.

향로에선 세 줄기 향불이 실같이 피어 올랐다.

제단 앞 연화보좌엔 노란색 방석이 깔려 있었다.

이윽고 달마 조사가 그 자리에 앉았다.

굵은 눈썹, 날이 우뚝 선 코, 노인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우람한 체격은 만장을 압도했다.

달마 조사는 오늘 따라 붉은색 가사를 걸치고 손에는 검은색 염주를 쥐고 있었다.

강경대에서 좌중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는 그 눈빛에 빨려드는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달마는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대중들을 둘러보면서 합장했다.

이 땅에서 최초로 펼치는 대규모 법회이기에 분위기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일찍이 석가모니께서 지혜의 횃불을 높이 들어 길 잃은 중생을 구하고

우주를 밝혀 준 이치를 달마 조사는 숨돌릴 사이도 없이 설파했다.

나아가서 오늘날의 불교가 여러 갈래의 종파로 나뉘어 분쟁하는 실상을

지적하고 진정으로 정(淨)과 오(悟)를 숭상한다면 그럴 수 없는 일이라고 꾸짖었다.

달마는 많은 예화(例話)를 들면서 구슬을 굴리듯 선종의 법요를 강론했다.

어떻게 입정(入定)에 들어가고, 어떻게 깨달음을 얻으며,

어떻게 마음을 비워 모든 장애로부터 벗어나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을

끊을 수 있는지를 가슴에 와 닿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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