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④⑥ 참선이나 예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날짜 2017.03.13 11:33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820

천여 명이 넘는 청중들은 숙연했다.
감격과 존경의 눈빛이 일제히 달마 조사의 몸에 꽂혔다.
한바탕 강론이 끝나자 청중들은 약속이나 한 듯 머리 숙이며 소리 높여 외쳤다.

“조사님, 조사님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대중들의 외침소리가 한참 동안 절 경내에 메아리쳤다.
달마 조사는 미소 머금은 얼굴로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조사의 강론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데 있어서 사람 공부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사람은 정신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맹목적으로 숭배할 수는 없습니다.
설사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할지라도 그 진가(眞假)를 가릴 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는 전언(傳言)에 휘둘릴 까닭이 없습니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는 힘주어 말하면서 맞은편의 흰 벽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러분 보십시오. 눈처럼 깨끗한 벽이 아닙니까.
마치 거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그림자도 비춰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보려면 우선 이 벽과 같이 되어야 합니다.
바른 자세로 앉아서 조용히 사고해야 합니다.
오로지 조용한 생각만이 자신의 그림자를 정확히 보게 하고,
그래야만 비로소 도를 깨닫아 부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달마 조사의 설법은 듣는 이의 살갗을 파고 들어갔다.
목소리가 살갗에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몸 속을 관통하는 것이었다.
말씀과 소리의 현묘함이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일찍이 이처럼 생동감 있는 선 공부를 한 적이 없었기에 청중들 사이에선 더할 수 없는 감동이 물결쳤다.

달마 조사 옆에 앉아 있던 광지 법사는 크게 뉘우쳤다.
젊은 시절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와 계를 받은 일이 문득 떠올랐다.
그 동안 고행도 하고 가부장좌(長坐)도 했지만 자기가 해 온 일은 부처님의 힘을 빌어 인간 세상의 고해(苦海)에서 자신만을 구하려고 했던 게 고작이었다.
안으로는 부처님을 찾지 않고 내재적인 깨달음을 추구하지 않았는데 어찌 공덕을 원만히
쌓을 수 있으며 득도할 수 있단 말인가.
비록 몸은 속세의 풍진을 벗어났다고 할지라도 마음 속의 풍진은 속세에 있는 것이나 진배없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광지 법사는 면벽 정려(靜慮)하는 것만이 진정 수선(修禪)하는 길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자사 소앙과 관원 일행들도 달마 조사의 설법에 감동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깊은 명상에 빠져 움직일 줄 몰랐다.
달마는 설법을 마무리 지으면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참선이나 예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법(心法)이오.
만약 그 심지를 열지 못하고 단지 외계(外界)의 주입(注入)에만 의지하면 모순만 낳게 되고
영원히 깨달음에 이르지 못할 것이오.
오로지 몸으로 이행하고 마음에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대법회가 끝난 뒤 자사 소앙은 특별히 달마 조사를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양(梁)나라 무제(武帝)가 신심이 깊다는 것과 그 곳으로 모시도록 장계를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달마는 이미 양 무제에 관해서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앙의 뜻에 적극 동의했다.
자사 소앙은 지체하지 않고 제도(帝都)인 금릉(金陵)으로 파발을 띄웠다.

때는 양 무제 대통원년(大通元年), 즉 단기 2860년 서기 527년이었다.
4월의 어느 날 금릉의 황궁 내원(內苑)에선 새로 지어진 참례전(參禮殿)의 준공식이 열렸다.
참례전은 양 무제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참선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양 무제는 이 곳에서 하늘과 통하고 부처의 경지에 이르기를 소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궁전 안의 어떤 건물보다도 크고 위엄 있게 지었다.
건물의 기상이 하늘에 닿게 하려는 듯 높이는 백 척이나 되었고 전각은 사방이 삼십여 길이나 되었다.
건물 안에는 거대한 석가모니 불상이 안치되었다.

자비스런 기운을 발산하는 불상의 양쪽 옆으론 십이지(十二支) 제신이 조각되었다.
그리고 벽면엔 불교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재현해 놓았다.

입구엔 참례당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고 천장엔 용과 봉황의 그림이 보기 좋게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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