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③⑨ “동토! 진단!” 날짜 2017.03.12 11:47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251

의식을 잃은 달마의 귓가에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렸다.

어느덧 달마의 숨결은 파도의 리듬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바다의 물결은 달의 인력에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파도친다.

이것을 일컬어 우주의 리듬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주의 리듬과 사람의 숨결이 하나가 되면 생명력이 샘솟는 법이다.

사람을 소우주(小宇宙)라고 말하는 것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달마는 몸을 움직여 보았다.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을 써도 발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손으로 이곳 저곳을 더듬어 보았다.

비로소 자기 몸이 나무판에 밧줄로 묶여 있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나무판이 바위 틈에 끼여 있어 빠져 나올 수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순간 달마는 그가 살아날 수 있게 된 연유를 알 수 있었다.

만약 나무판이 바위에 단단히 끼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바다 속에서 헤어날 수 없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달마의 얼굴은 그 순간 기쁨의 눈물로 얼룩졌다.

그의 가슴은 희망으로 고동쳤다.

밤바다의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달마는 냉정을 되찾았다.

천축을 떠나온 지 3년이 되었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어디쯤일까?

만약 바다 깊은 곳이라면 암초가 있을 리 없을 텐데 나무판이 암초에 걸렸다면

뭍에서 멀지는 않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달마는 꿈에도

그리던 동녘 땅이 금시라도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달마는 우선 새우잠을 청했다. 날이 밝으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동쪽 하늘이 밝아 왔다.

바위 위에 반사된 햇살이 달마의 얼굴을 비췄다.

고요한 파도 소리가 평화로움을 한껏 느끼게 했다.

“어제까지 그렇게 포악하던 바다가 이처럼 조용하고 온순할 수도 있다니.”

달마는 입 속으로 뇌까렸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기지개를 폈다.

맑고 신선한 공기를 아랫배 깊숙이 들이마셨다.

바다의 찬 바람에 뼛속까지 시렸던 몸이 호흡과 함께 차츰 온기를 되찾았다.

달마는 벌떡 일어났다.

멀리 육지가 보였다.

동녘 땅 진단이 틀림없을 것 같았다.

“동토! 진단!”

달마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바위 위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그는 눈대중으로 육지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

이삼십 리는 족히 될 것 같았다.

비록 비전(秘傳)의 경공(輕功)을 익힌 달마였지만 그런 거리를 날아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육지까지 갈 일을 생각하니 다시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나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달마의 머리 속에 문득 몸을 묶었던 나무판과 밧줄이 떠올랐다.

그는 밧줄을 수습하고 바위 틈에서 나무판을 빼냈다.

그리고 나무판 위에 비스듬히 누워 보았다.

아쉬운 대로 배 대신 쓸 심산이었다.

달마는 몸을 나무판에 묶고 두 손을 노 삼아 해안까지 저어 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조수(潮水)가 육지를 향해 밀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달마는 서둘러 몸을 바다에 맡겼다.

파도가 쏜살같이 해안으로 굴러가고 달마의 배도 덩달아 밀려갔다.

“성공이다!”

달마는 기쁜 나머지 허공을 향해 크게 고함을 질렀다.

조수는 점점 불어나고 나무판에 실린 달마의 눈에도 육지가 점점 가까이 들어왔다.

해질 무렵이 되자 육지는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불과 1리(里) 정도의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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