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④④ '광지, 광지, 광지라...' 날짜 2017.03.13 11:26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278

오랜 시간을 절 문 밖에서 기다리던 달마 조사는 문이 열리자 주저하지 않고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모든 스님들은 예외 없이 달마의 모습을 훔쳐보기에 바빴다.

달마의 쑥대머리, 땟국으로 얼룩진 얼굴, 걸레 같은 홑겹의 옷.

게다가 맨발인 모습에 모두들 눈을 의심했다.

이렇게 꾀죄죄한 스님이 천축의 28대 조사란 말인가?

그러나 광지 주지의 혜안(慧眼)과 지혜는 남달랐다.

그는 알고 있었다.

사람은 외모로 보아서는 알 수 없고 물은 말로 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달마가 비록 남루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그의 눈매에서 산천의 수려함을 읽었고,

그의 가슴에 천기가 숨어 있는 것을 느꼈다.

광지 법사는 승려들의 앞줄에서 한 걸음 나와 큰절을 다시 올리면서 아뢰었다.

“소승은 법성사 주지 광지입니다. 성조님께 삼가 인사 올립니다. 아미타불.”

달마는 ‘광지’라는 이름으로 인사하는 주지에게 눈길을 보냈다.

광지의 넓은 이마와 붉은 얼굴빛으로 미루어 법중용상(法中龍像)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답례로 합장하면서 말했다. “광지, 광지, 광지라….

선한 일을 광대하게 맺고 지혜를 깊숙이 품고 있는 이름이로다.

주지께서 이렇게 지나친 예를 갖추니 이 늙은이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 일어나세요.”

달마는 손을 내밀어 광지를 일으켜 세웠다.

이어서 엎드려 있던 스님들을 차례로 한 사람씩 일으켰다.

달마의 말소리는 정중하면서도 진주알이 구르는 소리 같았다.

모든 스님들은 가슴 속으로 스며드는 그 목소리에 새삼 놀랐다.

겉모양을 보고 잠시나마 달마를 멸시했던 스님들은 얼굴이 뜨거웠다.

범태(凡胎)이기에 잘못 본 것을 깨달은 스님들은 다시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조사께서 자비를 베푸소서. 아미타불.”

달마는 스님들의 마음 속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합장으로 회배하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엎드린 스님들을 일일이 일어나게 했다.

스님들은 달마 조사가 이미 모든 것을 통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기에 더욱 몸둘 바를 몰라 했다.

그 날 밤 달마는 주지의 배려로 목욕을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늦은 저녁 공양을 마쳤다.

달마가 안내된 정사(精舍)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달마는 한동안 법성사에 머물러 있을 작정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참선과 독경, 강론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달마가 온 뒤로 절 안의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불조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승려가 잠시도 나태하지 않고 불지(佛旨) 연구에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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