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②⑥ 종승 의 생사 날짜 2017.02.24 16:04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641

보리달마는 두 손으로 도견왕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담담히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조카는 진심으로 참회하시오?”

“제가 어찌 실없는 소리를 감히 겉치레로 할 수 있겠습니까?”

도견왕은 몸을 굽혀 절하면서 대답했다.

“그럼, 좋소이다!”

보리달마는 웃음을 거두고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일찍이 부처님이 한 비구(比丘)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습니다.

‘스스로, 나의 법대로 참회하는 자는 곧 많은 보탬을 얻을 것이니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계율을 범한 사람이 참회하는 길을 제시해 준 것입니다.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려면 우선 그 마음을 깨끗이 하고 생각을 거두어 고요히 해야 하며,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엄숙하고도 공손한 태도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안으로 참회하는 마음이 가득하고 밖으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드러나야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보리심을 발하여 일체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이 모두 해탈하도록 서원하는 그런 마음가짐이 있어야 합니다.

이밖에 여법(如法)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잘못을 고백하며 중생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죄업이 사라지고 과거의 잘못이 녹아

없어져서 심령이 정화되는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훈계를 듣는 순간 도견왕은 전날 밤 쫓아버린 종승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를 모욕하며 내친 것이 못내 마음 아팠다.

자기도 모르게 참회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보리달마에게 말했다.

“숙부님의 훈계를 어리석은 조카는 삼가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제가 깊은 참회와 함께 또 한 가지 용서를 빌 일이 있습니다.

숙부께서도 짐작하시겠지만 종승 대사를 내쫓은 일이 있는데

그 대사를 불러 와서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숙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보리달마는 엷은 웃음을 입가에 보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견왕은 즉시 신하들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그대들은 속히 총림(叢林)으로 가서 종승 대사를 찾아 모셔와라.”

이때 신하 한 사람이 꿇어 엎드려 아뢰었다.

“삼가 아뢰옵니다. 신이 듣건대 종승 대사는 왕궁에서 쫓겨난 뒤

절벽에서 투신하여 이미 죽었다고 합니다.”

“악!”

그 소리를 들은 도견왕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비명을 질렀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그 죄값을 무엇으로 치러야 한단 말인가.

그는 황급하게 보리달마에게 자문을 구했다.

“종승 대사의 죽음은 모두 저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저의 이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보리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카는 너무 놀라지 마시오.

소문은 종승이 죽은 것으로 나 있지만 내가 짐작하건대 그는 아직 죽지 않았소이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산 속의 암자에서 쉬고 있는 것이 분명하오.

지금이라도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 보도록 하시오.

그리고 그를 불러 오는 것은 별 문제 없을 것이오. 왕명에 따라 곧 올 것으로 믿소이다.”

도견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보리달마를 궁성 안 후궁으로 안내하여 조용히 쉬도록 모셨다.

그리고 신하들에게 속히 종승을 찾아 오라고 명했다.

비록 대조사의 말씀이긴 했지만 신하들은 당혹스러웠다.

종승은 과연 살았는가, 죽었는가? 살아 있다면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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