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②⑧ 도견왕 의 경전 공부 날짜 2017.02.24 16:12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32

종승을 찾아 산 속을 헤매던 사신들은 멀리 절벽 밑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스님 한 명을 발견했다.

틀림없이 종승이라고 여긴 사신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좌선하고 있는 이가 종승인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왕의 성지(聖旨)를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종승이 속히 돌아와 왕궁에서 부처를 모시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종승은 뜻밖의 성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음이 흔들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종승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기가 해야 할 바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윽고 왕궁으로 가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계율을 스승으로 삼고 죽을 때까지 이 바위를 벗삼아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굳게 마음먹었다.

종승은 차분한 어조로 사신에게 말했다.

“대왕의 크신 뜻에 미치지 못하여 소승은 심히 부끄럽습니다.

이제부터는 산 속에서 지내려고 합니다.

부디 대신께서는 돌아가 대왕께 전해 주십시오.

나라 안에는 현자(賢者)가 수없이 많습니다.

특히 왕숙이신 보리달마 조사는 6종파의 모든 문중이 스승으로 모시는 분입니다.

게다가 바라제도 법이 대단히 뛰어난 고승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대불조를 받들고 삼보를 널리 펼침으로써

나라의 기틀을 튼튼히 하고 복을 누리시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종승은 말을 마치자 눈을 감고 입정에 들어갔다.

그의 의연한 자세는 마치 절벽 위에 서 있는 한 그루 푸른 소나무를 보는 것 같았다.

제속을 초월한 듯한 범상치 않은 기운에 사신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붙이지 못했다.

사신들은 비록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종승의 생존을 확인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사신들은 이 소식이라도 속히 전하기 위해 총총히 숲 속을 벗어났다.

사신들이 왕궁으로 들어설 무렵 보리달마는 대전으로 도견왕을 찾았다.

밥 먹는 것도 잊고 경전 공부에 열중하는 조카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보리달마가 들어서자 도견왕은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보리달마는 환하게 웃으며 왕의 마음 속을 살폈다.

“공부가 대단하시군요. 한데 사신이 입산한 지 이미 며칠이 지났는데

종승이 돌아온다는 소식은 들으셨습니까?”

도견왕은 숙부의 지혜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추측해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는 우물대면서 말했다.

“아직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습니다. 혹시 숙부께서는 알고 계신지요?”

보리달마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 짐작으로는 종승은 이번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도견왕은 그 소리에 적이 실망했다.

어떻게 해서든 종승의 면전에서 잘못을 빌지 않고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도견왕은 애원하듯 보리달마에게 매달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는지요?”

“한 번 불러선 오지 않지만 두 번 부르면 반드시 올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과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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