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②⑨ 도견왕 의 병환 날짜 2017.02.24 16:17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29

보리달마가 막 대답하려는 순간, 문 밖에서 사신의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견왕은 땀 식힐 여유도 없이 곧장 대전으로 들어서는 사신에게 물었다.

“그대는 종승 대사를 보았는가?”

“신이 틀림없이 만나 만났습니다. 그 분은….”

신하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보리달마가 웃으면서 대신 이었다.

“그가 산을 내려오려고 하지 않지요?”

“그렇습니다. 종승 대사는 산중에서 은거할 결심이십니다. 결코 산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아!”

도견왕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달마 숙부께서 일을 헤아리는 차원이 얼마나 깊은 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숙부가 말한 대로 다시 한번 종승을 초청하기로 했다.

이번엔 왕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7일 뒤에 출발하기로 날짜를 잡고 그 동안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고 일렀다.

보리달마는 이쯤 해서 청봉산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도견왕에게 작별의 말을 했다.

“왕께서 이처럼 덕성이 있으시니, 마땅히 선과(善果)를 얻을 것이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왕의 건강이오. 머지 않아 병이 생길지도 모르니 각별히 주의하기 바라오.”

보리달마가 떠난 뒤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도견왕은 병으로 쓰러졌 다.

주변에선 불법 공부에 너무 열중하여 침식을 잊은 결과 그렇게 되었다고 수근댔다.

심지어는 종승 대사의 일로 자책과 상심을 거듭한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왕의 병은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궁성 안은 발칵 뒤집혔다.

어의가 아무리 치료해도 오히려 병세는 악화될 뿐이었다.

답답한 황태자와 신하들은 백방으로 명의를 수소문했다.

그러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문득 보리달마가 떠나면서 걱정하던 말이 생각났다.

보리달마가 길흉을 미리 알았다면 흉을 길로 돌리는 방법도 알 것이 아니겠는가.

급히 사신을 청봉산으로 보내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보리달마는 염려하던 일이 생긴 것을 못내 안타까워 했다.

그는 서산으로 지는 노을빛을 바라보았다.

스산하게 불어 오는 산바람은 마치 도견왕의 신음소리인양 귓가를 스쳤다.

보리달마는 왕이 왜 병이 났는지를 궤뚫고 있었다.

국왕의 몸으로 전비(前非)를 뉘우치고 근심하다가 병이 되었으니 이 얼마나 고귀한 품덕인가.

보리달마의 머리 속에 도견왕의 모습이 떠올랐다.

간절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그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다.

보리달마는 바람을 가르며 왕궁으로 들어갔다.

도견왕은 용상에 누워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숨도 고르지 못하고 창백한 얼굴이 중환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보리달마가 온 것을 보고 왕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대로 쓰러졌다.

달마는 서둘러 왕을 부축했다.

“조카, 좀 어떻소?”

“저….”

도견왕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거의 절망적인 용태였다.

마침 때맞춰 사신이 들어와 아뢰었다.

“종승 대사가 대왕의 부름을 받아 입궁했습니다. 그리고 바라제 대법사도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종승과 바라제는 보리달마가 임금의 병상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자 즉시 무릎을 꿇고 큰 절로 예를 갖추었다.

그리고 다시 허리굽혀 물었다.

“조사님, 어떤 방법으로 국왕의 고통을 면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보리달마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황태자의 태도를 봐야 하느니라.

황태자가 목욕 재계한 후 향을 올려 지극 정성으로 국왕의 죄를 빌고,

두루 은혜를 베풀며 삼보를 받들게 되면 병은 자연히 나을 것이니라.”

황태자는 보리달마가 말한 준엄한 인과율의 처방에 그대로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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