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③ⓞ 영취산 대법회 날짜 2017.03.12 10:04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838

달마선법의 핵심은 벽관(壁觀)과 좌선(坐禪)으로 집약된다.

벽관은 벽을 향해 앉는, 이른바 면벽(面壁) 수행법을 말한다.

그러나 벽관은 단지 면벽하는 행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수행자의 마음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벽같이 되지 않고선 진정한 벽관이랄 수 없다.

나아가서 벽관은 마음과 벽이 하나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안심(安心)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벽관에서의 관(觀)은 물론 견(見)과는 뜻을 달리한다.

견이 육신의 눈으로 보는 것을 뜻하는 데 반해 관은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벽관은 마음의 눈으로 벽을 본다는 뜻이 된다.

벽을 육신의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벽관은 내가 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벽이 나를 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달마선법의 좌선은 흔히 결가부좌의 앉음세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보리달마가 스승인 반야다라에게서 전수받은 좌법은 이른바 궤좌법이었다.

좌선에서는 결가부좌를 하든 궤좌를 하든 지켜야 할 두 가지의 원칙이 있다.

첫째는 앉음세 자체가 피라미드처럼 중심이 바르게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좌선할 때 반쯤 감은 눈은 코끝을 보게 하고 코는 다시 마음을 보게 함으로써

마음이 고요함으로 들어 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본다 보리달마는 천축 즉 인도에 있을 때 이미 세 차례나 벽관수행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는 벽관수행을 통해 밖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고 안으로는

마음을 밝고 깨끗하게 닦음으로써 옥처럼 티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도견왕의 병을 고쳐 주기 위해 보리달마는 줄곧 왕궁에 머물렀다.

이 날도 내전에서 참선을 끝내고 나오는데 숙직하던 스님이 합장하며 아뢰었다.

“영취산(靈鷲山)에서 곧 대법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대조사께서도 참석하시는지요?”

달마는 며칠 있으면 2월 8일날 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께서 출가한 날인 동시에 세존께서 염화시중(拈華示衆)하여

가섭에게 법을 전한 날인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천축 불교계는 오랜 전통에 따라 10년에 한 번씩 영취산에서 큰 법회를 열어 왔다.

이날 불교계의 여러 종문과 종파의 스님들은 모두 영취산에 모여 법을 논하는 자리를 갖는다.

각 종문과 종파가 교의(敎義)와 법지(法旨)를 교류하고, 그 이치를 밝히는 데서 의의를 찾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석가모니가 출가한 날과 세존이 전법(傳法)한 날을 함께 기념해 왔던 것이다.

세존께서 염화미소로 가섭에게 전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진법(眞法)을

이어받은 보리달마가 어찌 이런 법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이번 법회는 스승 반야다라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은 뒤 갖게 되는 최초의 행사이기도 했다.

2월 8일. 드디어 10년만에 열리는 영취산 대법회가 시작되었다.

영산정사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승려들로 안팎이 꽉 찼다.

법단 앞은 물론이고 정원 구석까지도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러나 질서정연했다.

모두가 차분하게 열 번의 종소리가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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