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③① 달마의 봉변 날짜 2017.03.12 10:23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99

영산정사는 영취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었다.

정사 주변으론 오래된 전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정사로 향하는 길목 양 옆엔 역대 조사(祖師)들의 부조 석상이

세워져 있고 정사의 우측엔 종루(鍾樓)가 우뚝 솟아 있었다.

종루 사방의 여덟 군데 모서리에는 풍경이 걸려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땡그랑거리며 산 속의 운치를 자아냈다.

정사 중앙에 위치한 법단의 문 위에 걸려있는 영산법계(靈山法界)라는

네 글자의 금박 편액이 유난히 돋보였다.

“댕! 댕! 댕! ….”

장엄하면서도 맑은 종소리가 드디어 10번 울렸다.

10년만의 모임을 상징하는 10번의 종소리와 함께 붉은 가사를 몸에 걸친

보리달마가 손에 염주를 굴리면서 법단으로 올라갔다.

참석자들의 눈길은 일제히 달마에게 쏠렸다.

과연 세속을 초탈한 대조사답게 비범한 기운이 온몸에서 풍겨 나왔다.

한데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 곳에 모인 승려들이 모두 보리달마를 숭앙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인 듯싶었다.

사실 달마가 내세운 대승선(大乘禪)을 인정하지 않고 반대하는 고승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보리달마는 그런 반대를 극복하고 인화(人和)를 통해 선법을 널리

선양하는 것이 그가 해야할 일이라고 여겼다.

냉정을 잃지 않는 달마 법단에 좌정한 달마는 도도하게 흐르는

대하(大河)처럼 선종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설파했다.

수 천명의 승려들은 설법의 한 구절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달마선법의 클라이맥스는 입세수행(入世修行)과 견성성불(見性成佛)의 참뜻을 말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법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닥치시오!”

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리가 들려온 쪽에서 회색 가사를 입고 검은 색 신을 신은

대화상(大和尙)이 벌떡 일어나더니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달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당신이 말하는 입세수행과 견성성불은 이단의 사설에 속하는 것이오.

그런 설법은 걷어 치우시오.

우리가 수행하는데 꼭 입세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

그리고 꼭 입세해야만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소.”

대화상은 자못 강경하게 힐문했다.

그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어났다.

“당신의 설법은 불문(佛門)을 더럽혔소.

이게 석가모니 부처님을 배반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그러나 보리달마는 이런 상황에서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태연자약했다.

그는 손에 쥔 염주를 굴리며 ‘아미타불!’을 외쳤다.

그런 다음 다시 설법을 계속했다.

“여러분이 이 곳에 모인 것은 각기 자기의 의견을 펼쳐서

부처님의 법륜(法輪)을 빛내고 넓히기 위해서 입니다.

빈승이 비록 선종의 가르침을 말하고는 있지만 여러 동문에 대해서

한 번도 천박하게 여기거나 경멸한 적이 없고,

더욱이 억지로 남을 설복하려고 한 적도 없소이다.

지금 천축의 불교계에는 여러 종파가 함께 존재하고 있으며

각 종파가 서로 격려하며 절차탁마(切磋琢磨)하고 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이오.

각 종파의 가르침과 방법에 비록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목적은

하나로 일치될 것이라고 믿고 있소이다.

모든 중생을 고해(苦海)에서 구해 내고자 하는 목적 말이외다.”

“옳은 말씀이오.”

“참 훌륭하신 말씀이오.”

여기저기서 칭찬과 찬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란을 피우던 승려들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머쓱해서 침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그들이 어찌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자기 종파의 승려들을 선동하여 큰 소리로 외쳐대기 시작했다.

“석가모니 부처께서 전하신 법은 한 가지의 일문일종(一門一宗) 뿐이다.

어찌 너희같이 불법을 왜곡해서 별도로 선종을 세우는 것을 용납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법문(法門)에서 축출해야 한다.

다시는 사도(邪道)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달마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세력들이 우르르 법단 앞으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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