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③② 동쪽으로 향하는 달마 날짜 2017.03.12 10:43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24

법단 주변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달마를 추대하고 숭앙하는 승려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계속해서

“업보로다, 업보로다”

하며 탄식해 마지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보리달마는 냉정을 잃지 않고 의연했다.

석가모니 부처의 옛날 규율을 철저하게 받들어 온 승려들은

그가 어느 종파에 속해 있든 간에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더군다나 얼핏 독창적이라 여겨질 수도 있는 선견(禪見)의

사상(思想)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천축 불교계의 폐단으로 지적되어 온 종파의 분쟁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6대 종문을 설득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승려들의 소란은 수그러들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갔다.

심지어는 보리달마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할 기세까지 보였다.

그의 머리엔 문득 스승인 반야다라 조사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조사로부터 이어받은 하나(一)의 진법이 동쪽 땅에서 무르익게 될 연고때문에

오늘날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닌가 싶었다.

만약 동녘 진단(震旦)에서 진정으로 불법이 꽃피고 그것이 되돌아와 천축에

영향을 주게 되는 날이면 종파와 파벌의 다툼도 없어지고 하나로 통일될 것이라 생각되었다.

웃으면서 대답했다 보리달마는 천축에서의 인연이 잠시 끊어질 수밖에 없음을 절감했다.

그는 법단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무리들을 향해 합장한 채

“아미타불. 잘들 하는 짓이오. 잘들 하는 짓이오”

하고 탄식했다.

그리고 법단을 내려온 다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가 없소이다.

바라건대, 여러 대화상들께서 알아서 이 모임을 원만하게 진행하여 주기를 부탁하는 바이오.

빈승은 이만 작별 인사를 해야겠소이다.”

보리달마는 몸을 돌려 훌쩍 나가 버렸다.

소란에 앞장 섰던 승려들은 더욱 기세 등등했다.

달마의 속마음은 모른 채 이치에 몰려 도망가는 것이라고 여겼다.

과격한 몇몇 승려는 달마의 앞을 가로막고 노기 띤 목소리로 힐난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오늘의 모임인 영산논불(靈山論佛)에서 아직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했는데 어째서

스스로 패하여 물러가는 것이오?”

달마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늘의 영산논불은 불교 각계가 의견을 교류하여 서로 깨우치자는 데 뜻이 있는

것이지 결코 자웅을 겨루어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를 정하는 그런 모임은 아니지 않소.”

“당신은 오늘의 모임이 끝나기도 전에 도중에서 법단을 떠나 우리를 모욕하고 있소.”

승려들은 노기를 뿜으며 달마의 코앞까지 대들었다.

달마는 한 발 물러서며 대답했다.

“법단에서 내가 불법을 말할 때 조금도 불손한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시오.

오히려 내가 무시당하는 느낌이오.”

달마가 부드럽게 대하자 승려들도 차츰 기세가 꺾이는 듯싶었다.

승려 가운데 한 사람이 나서서 물었다.

“이렇게 가시다니…, 이제 어디로 가려고 하시오?”

“빈승은 인연이 동쪽 땅 진단에 있어 그곳으로 가려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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