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③③ 막의 의 출현 날짜 2017.03.12 10:46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85

보리달마가 천축을 떠날 뜻을 밝히자 그를 막고 나선 승려들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 그대가 지금 도망치려고?”

“당신같은 불문의 반역자가 천축도 모자라 이번엔 동쪽 땅까지 물들이려 하다니.”

온갖 힐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달마는

“아미타불!”

만 연호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승려들이 대화상의 지시에 따라 달마를 겹겹이 에워쌌다.

“여러분. 그를 법단 위로 다시 끌고 갑시다.

그가 석가모니 부처의 존엄을 해친 것을 스스로 사죄하도록 해야 합니다.

불문을 어지럽히는 사설(邪說)을 거둬들이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합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놓아 보내서는 안됩니다.

더군다나 멀리 동쪽으로 도망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

흥분 상태에 빠진 승려들은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보리달마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려고 했다.

아무리 공력이 높은 달마라고 할지라도 꼼짝 못하고 당할 판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멈추시오!”

어디선가 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대중을 압도했다.

뜻밖에도 그 소리의 주인공은 여자였다.

파란 옷에 헝겊신을 신은, 시골뜨기처럼 보이는 여인이 정사 옆 구석에서 비호같이 달려 나왔다.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던 승려들은 물길이 갈라지듯 순식간에 길을 내어 주었다.

달마에게 위해를 가하던 일단의 무리들은 행동을 멈췄다.

갑작스런 상황에 모두가 놀랐다.

이 여자가 누구고 어떻게 해서 영취산 법단에 이처럼 나타나게 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보리달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여인을 본 순간 달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게 누군가. 막의(莫依)가 아닌가!”

오래 전에 기억에서 사라졌던 사매(師妹)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도 이젠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했다.

아무리 수련을 쌓고 도를 닦더라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막의는 그 옛날, 사형(師兄) 달마가 왕궁으로 돌아가자 자신도 시골집으로 되돌아갔다.

농사를 지으면서 평생을 초야에 묻혀 살기로 다짐했다.

비록 여자 혼자의 몸이었지만 탁월한 무술 실력 덕분에 아무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오히려 뭇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편안한 전원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녀의 가슴 속엔 달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새롭게 샘솟곤 했다.

그때마다 다시 만날 인연이 없음을 한탄할 따름이었다.

한데 바로 그 달마가 영취산에서 불법을 강설한다는 소문이 들려 왔다.

그런 소문만으로도 막의의 가슴은 고동쳤다.

그러나 그녀는 망설였다.

이제는 한 나라의 왕조차 떠받드는 28대 불조인데 그 앞에 감히 나설 수는 없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회의 대중 속에 끼어 먼발치에서 옛 사형의 얼굴만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다.

막의가 정사 안으로 막 들어섰을 때 법단 주변은 의외로 소란스러웠다.

그녀는 이상하게 여기면서 법단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법단 위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긴 것을 직감했다.

그때, 법단 아래쪽에서 보리달마가 일단의 승려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루는 장면이 눈에 들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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