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③⑦ 감로수...... 날짜 2017.03.12 11:00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881

도견왕이 놀라서 소리쳤다.

“빨리, 빨리 밧줄을 잡아라!”

대소신료들은 몸을 돌보지 않고 밧줄을 잡으려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신하 한 사람이 겨우 밧줄의 끝자락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런 광경을 보며 달마는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다.

이 얼마나 착한 조카고, 이 얼마나 훌륭한 대신들인가!

또, 얼마나 착한 백성들인가!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달마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합장하며 말했다.

“여러분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디 몸 건강히 계시기를 축원합니다. 소승은 이만 떠나겠습니다.”

보리달마는 껑충 몸을 날려 배에 올랐다.

파도에 밀려 요동치는 배에 사뿐히 내려서는 달마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전송하던 모든 사람이 새삼 혀를 내둘렀다.

“정말 예사로운 어른이 아니시다.”

“살아있는 부처님이 틀림없으시다.”

달마는 배에 오르기가 무섭게 돛을 한껏 펼쳤다.

돛에 한껏 바람을 받은 목선은 쏜살같이 바다 한가운데로 미끄러져 갔다.

목선은 어느새 해안에서 멀리 떨어졌다.

배웅 나왔던 도견왕과 여러 신료들의 모습이 마치 한 점 그림자처럼 희미해져 갔다.

망망대해 위의 일엽편주라고 했던가.

목선은 바람에 밀리고 파도에 흔들리면서 흘러 흘러 동녘 땅 진단을 향해 나아갔다.

아직 갈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보이는 것은 오직 수평선뿐이었다.

그 수평선은 영원히 끝이 없는 듯싶었다.

배는 서남풍에 실려 계속 해 뜨는 방향으로 전진해 갔다.

그러나 바다의 해류는 일정치가 않았다.

때로는 역류(逆流)를 타 하루 종일 항해했는데도 제자리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거대한 파도는 마치 높은 산의 절벽처럼 목선을 때리기도 했다.

이럴 땐 배가 파선 직전까지 몰리기 일쑤였다.

광풍에 돛이 갈기갈기 찢기고 돛대마저 부러질 지경에 이른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달마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두려워하거나 조급해 하지도 않았다.

오랜 세월에 걸친 면벽과 참선을 통해 달마는 이미 모든 것을 초탈해 있었다.

곧은 성품과 조용한 마음은 모든 어려움을 이기는 바탕을 이루었다.

폭풍이 몰아쳐 오고 거센 파도가 배를 덮쳐도 달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달마 자신이 배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바다가 고삐 풀린 야수처럼 언제든지 배를 삼킬 수 있다는 것을 달마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비록 달마는 해탈을 얻게 되겠지만 동토에 가서 법을 펴고

선종을 빛내는 일은 영원히 물거품이 되고 만다.

하지만 달마는 믿음이 확고했고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침착하게 물길을 살피면서 육지에 상륙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그는 해 뜰 무렵이면 언제나 선실 안 나무 판벽에 금을 그었다.

항해의 일정과 시간 계산을 위해서였다.

식량과 식수의 절약에 특히 신경을 썼다.

때로는 며칠씩 단식을 하기도 했다.

달마의 단식법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좌정하고 조식을 올바로 하면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이게 된다.

이 침을 일컬어 금진옥액(金津玉液)이라고 하기도 하고, 감로수(甘露水)라고 하기도 한다.

이 침을 입 안에서 호흡에 버무려 단전으로 내리면 조금도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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