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① 불여밀다존자의 예언 날짜 2016.12.10 11:17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610

향지국왕은 깜짝 놀랐다.

공수(供手)를 하고 읍을 하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제가 눈 뜬 장님처럼 큰스님을 몰라보았습니다. 큰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노승은 즉시 두 손으로 향지국왕을 부축했다.

“대왕께서 이토록 지나친 예로 대해 주시니 빈승은 황송할 뿐입니다.”

두 사람은 다시 제자리에 좌정했다.

국왕은 더욱 예의를 갖추어 조사(祖師)를 극진히 대접했다.

세 왕자도 기쁜 기색으로 친히 시중을 들었다.

이 노승이 진정 서천(西天)의 27대조인 반야다라란 말인가?

왕자들은 생각할수록 꿈만 같았다.

반야다라는 과연 누구인가? 그는 원래 동쪽 천축의 바라문 가문의 자제였다.

그러나 아주 어릴 때 부모를 잃어 성씨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더군다나 이름조차 지어 받은 일이 없었다.

어느 정도 자란 다음 스스로 이름을 지어 영락(纓絡)이라고 불렀다.

세상 사람들은 이곳 저곳 걸식하며 세월을 보내는 그를 ‘영락동자’라고 불렀다.

영락동자는 스물 살 되는 해에 서천 26대조인 불여밀다존자(不如密多尊者)를 만났다.

불여밀다는 남천축 천덕(天德)국왕의 아들이었다.

때마침 불여밀다가 부왕과 함께 수레를 타고 궁성을 나서는 것을 본 영락동자는 길 한가운데로 달려나갔다.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하고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궤좌의 자세를 취했다.

갑작스런 일에 불여밀다는 한편 놀라면서 또 한편으론 의아스럽게 여겼다.

영락동자를 내려다보니 그의 몸 주위엔 오라빛이 휘감겨 있고 이마에서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보통 젊은이가 아니라 직감하고 영락에게 물었다.

“너는 큰절을 했는데 무엇을 나에게 구하고 싶어서 그러는가?”

영락은 마음을 가다듬어 대답했다.

  “대사님께 아룁니다. 저는 오래 전에 대사님께서 마하반야심경을

강설하시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정말로 저의 마음 깊숙이 와 닿았습니다.

저는 그때 기필코 대사님을 따라 수행하여 범속을 초탈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뵐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도 뵙기 어려웠던 분을 드디어 오늘 만나 뵙게 된 것입니다.

반드시 인연이 있다고 믿습니다. 대사께서는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불여밀다는 그 말을 듣자마자 옛 인연이 있음을 알았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부왕에게 고했다.

“아버님, 이 사람은 일반의 속된 무리가 아닙니다.

대세지보리(大勢至菩提)입니다.”

천덕국 왕의 충격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말이 진정 사실이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다.

불여밀다존자는 내친 김에 모든 것을 부왕에게 알려 주었다.

앞에 있는 젊은 보살에 뒤이어 또 한 사람의 큰 보살이 나올 것이며,

이들 중 한 사람은 남천축에 또 한 사람은 동쪽 땅에 큰 인연이 있다고 예언했다.

이 말을 들은 국왕은 황급히 수레에서 내렸다.

친히 영락동자를 일으켜 세우고 함께 수레 위로 올라왔다.

불여밀다는 옛 인연을 말하면서 영락의 이름을 반야다라로 지어 주었다.

그에게 점두(点頭)하면서 법을 전수했다.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27대의 조위(祖位)를 잇게 한 셈이다.

불여밀다는 이어서 부왕에게 정중하게 작별의 인사를 고했다.

그리곤 자기가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 결가부좌 자세로 입적하여 스스로 불이 되어 활활 타 버렸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반야다라의 이름은 천하를 뒤덮기 시작했다.

남천축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반야다라가 이번에 향지국을 찾은 까닭은 두 가지 점에 연유했다.

하나는 향지국왕이 불교를 숭상하면서 공양과 시주에 정성을 다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비로운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이 나라의 세 왕자가 모두 경전에 통달했을 뿐더러

특히 셋째 왕자가 출중하다는 소문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직접 향지국왕을 만나서 불심도 시험해 보고 세 왕자의 불연(佛緣)도 알아보고

싶은 것이 반야다라의 속마음이었다.

반야다라와 향지국왕 그리고 세 왕자는 주인과 손님이라는

위치를 잊은 채 아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야다라는 일부러 쟁반에 담긴 보물을 세 왕자 앞에 내놓으면서 웃음짓는 얼굴로 말했다.

  “세 분 왕자께 물어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존경하는 부왕께서 시주하신 이 보물은 값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것입니다.

특히 한가운데 있는 둥근 보주(寶珠)는 천하에 둘도 없는 보물이 아닙니까.

이것을 과연 빈승이 받아도 되겠습니까?”

첫째 왕자 월정다라와 둘째 왕자 공덕다라는 합장하면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대사님께 아룁니다. 이 보물은 말씀하신 대로 천하의 귀물이 분명합니다.

둥근 보주는 칠보의 으뜸으로 치는 아주 귀한 것입니다.

이런 보물은 조사님의 도력이 아니면 어찌 얻을 수 있겠습니까.”

향지국왕은 얼굴 가득히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왕자의 대답이 도리에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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