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② 반야다라의 인터뷰 날짜 2016.12.10 11:21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22

보리다라는 반야다라와 두 형이 나누는 대화에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반야다라는 그런 태도를 내심 기이하게 여겼다.

그러나 셋째 왕자의 범상치 않은 기품에 무엇인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반야다라는 정색을 하고 셋째 왕자 보리다라에게 물었다.

“왕자님, 왕자님은 이 보물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보리다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왕과 두 형을 한 번 쳐다본 후 조사를 향해 합장하며 고개 숙여 대답했다.

  “조사님께 아룁니다. 세속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이 보물은 아주 귀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보물 가운데서 으뜸은 법보(法寶)라고 생각합니다.

이 보물의 빛깔을 보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모든 빛깔 가운데 으뜸은 지혜의 빛이 아니겠습니까.

또 여기 이 보물은 밝음을 뽐내고 있습니다만 이것 역시 제일 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밝음 가운데 마음 밝은 것이 으뜸가는 밝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쟁반 위에 담긴 보물의 광명은 스스로 빛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지혜를 빌려서야 겨우 그 가치를 발하니 광명이랄 수 없습니다.

또 이 보물은 스스로 보물이 되지 못하고 사람의 지혜를 빌려서

판단케 되니 보물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으뜸가는 보물은 사람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스스로 도(道)가 있으면 마음의 보배가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확신합니다.”

반야다라는 깜짝 놀랐다.

호탕하게만 보이는 셋째 왕자의 법보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이렇게까지 깊다니,

다만 감탄할 따름이었다.

과연 불조(佛祖)의 재목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면서 다시 한번 보리다라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 보았다.

반야다라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하며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셋째 왕자님께 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여러 사물 가운데서 어느 것이 상(相)이 없습니까?”

보리다라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조사님께 아룁니다.

저의 짧은 견해로는 여러 사물 가운데서 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바로 무상(無相)입니다.”

“여러 사물 가운데 무엇이 최고입니까?”

“여러 사물 가운데 인아(人我), 곧 남과 내가 최고입니다.”

  “여러 사물 가운데 무엇이 가장 큽니까?”

  “여러 사물 가운데 법성(法性)이 가장 큽니다.”

반야다라의 물음에 보리다라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국왕과 두 왕자는 생전 처음 듣는 문답이 신기하기만 했다.

다음은 어떤 물음이 터져 나올지 자못 긴장하며 반야다라를 주시했다.

반야다라는 그런 분위기를 알아차렸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론 보리다라의 공부 경지에 혀를 내둘렀다.

자기의 이상적인 계승자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드디어 반야다라가 입을 열었다.

“셋째 왕자께서 선(禪)의 여러 법에 대하여 깊은 이치를 깨치신 것을 감축합니다.

진주나 보석같이 지혜롭게 설명하고 마음의 요체를 확실히 드러내니 정말 대단합니다.

노승은 진실로 감복해 마지않습니다!”

국왕은 대단히 기뻤다.

얼른 두 손 모아 공수(供手)하며 얼굴 가득히 웃음을 담고 말했다.

  “하하…, 셋째 왕자가 함부로 늘어놓은 이야기를 가지고 조사께서 칭찬이 지나치십니다.”

셋째 왕자도 옷소매를 가볍게 여미며 반야다라를 향해 공손하게 머리 숙여 말했다.

  “조사님께서 어리석은 자를 이토록 평가하여 인도해 주시니 깊이 감사드립니다.

원컨대 조사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반야다라는 즉시 합장하면서 향지국왕에게 말했다.

“셋째 왕자님께서 저를 스승으로 삼겠다고 하니, 노승이 건의드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받아들여 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조사님께서 무슨 가르침을 내리실지 모르겠사오나 마땅히 귀담아 들어야 겠지요.”

“좋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반야다라는 셋째 왕자님를 매우 인자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노승이 셋째 왕자님의 이름을 새로 지어 드리고자 합니다.”

  “예에?” 국왕은 잠시 망설였다.

  “조사께서는 무슨 이름을 지어 주시려고 그러십니까?”

  반야다라는 생각할 틈도 주지않고 바로 대답했다.

“노승의 생각으로는 보리다라의 ‘다라(多羅)’ 두 글자를 버리고 ‘달마(達摩)’라고 바꾸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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