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④ 진법 하나(一)의 내력 날짜 2016.12.10 11:34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19

반야다라는 보리달마를 데리고 청봉산(靑峰山) 기슭의 한 절(寺)로 왔다.

 ‘ 청봉’이란 산 이름은 우뚝 솟은 봉우리 하나를 온통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 절은 독특하게도 본당이 암반 위에 세워져 있었다.

비록 바위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한 돌의 생김새에 맞추어

본당을 지은 것이 어떤 기품을 느끼게 했다.

본당 앞엔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있고 거기엔 마치 용트림하듯 한 그루 노송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암벽 아래는 깊은 샘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곳으로부터 한 줄기 시냇물이 산 아래로 흘러내렸다.

본당 안 한가운데의 석가모니 부처님은 천연암석 위에 조각한 것이었다.

부처님의 머리 뒤로는 광배가 새겨져 있고 두 발은 상스러운 구름을 밟고 서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바위에 조각된 것이긴 하지만 부처님은 마치 살아 계신 듯 인자함과 자비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부처님을 보는 순간 보리달마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이 튀어나왔다.

“오늘 여기 온 것은 모두 인연이로다!”

반야다라는 보리달마의 탄성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한참 뒤 목욕 재계할 준비를 서두르라고 일렀다.

보리달마는 본당 옆의 정사(精舍)로 들어갔다.

그곳엔 향나무로 만든 통 가득 목욕물이 준비돼 있었다.

그는 옷을 벗고 경건한 마음으로 몸을 씻었다.

목욕을 마친 다음 몸의 물기를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닦아냈다.

환골탈태라도 한 듯 상쾌한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았다. 보리달마는 회색 승복으로 갈아입었다.

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올린 다음 본당으로 갔다.

반야다라 조사의 삭발을 받기 위해 새삼스레 마음의 준비를 했다.

조사는 본당의 감실(龕室) 앞에 놓인 방석 위에 앉아 두 눈을 감은 채 합장하고 있었다.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본당 안에 가득 차 있었다.

보리달마는 천천히 걸어가서 감실 위에 놓인 나무망치를 들어올려 세 번 연달아 경을 두드렸다.

이어 반야다라 조사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조사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부탁 드리옵니다!”

조사는 그제야 눈을 떴다. 천천히 일어나 손칼을 집어 들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예리한 칼이었다. 보리달마 앞에 선 조사는 더부룩하고 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그 순간 그의 마음엔 격동이 일어나 억제할 수 없었다.

이 얼마나 오랜 바람이었던가! 이것은 그야말로 생명의 승화가 아닌가! 이처럼 경건한 귀의를 이룰 수 있다니….

한없는 감회가 꼬리를 이었다.

달마의 머리를 쓰다듬던 조사는 정신을 가다듬고 계(戒)를 송(誦)하면서 칼을 놀렸다.

“일체 세속의 생각을 끊어라!”

머리를 밀면서 읊는 조사의 소리에 달마가 복창했다.

“일체 세속의 생각을 끊겠습니다!”

반야다라 조사는 두 번째로 머리를 밀면서 외쳤다.

“일체의 선과(善果)를 닦아 이루어라!”

보리달마도 따라서 말했다.

“일체의 선과를 닦아 이루겠습니다!”

조사는 세 번째로 머리를 밀며 읊었다.

“일체의 중생을 널리 제도하라!”

달마도 같은 어조로 말했다.

“일체의 중생을 널리 제도하겠습니다!”

반야다라가 손칼을 들이밀 때마다 보리달마의 머리카락은 한 묶음씩 툭 툭 떨어져 나갔다.

순식간에 머리에 계가 갖추어졌다.

불법을 구하려면 우선적으로 세속에 물든 모든 것을 제거하고 나아가 잡념을 제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자신을 닦아 정과(正果)를 이룰 수 있는 법이다.

보리달마는 반야다라 조사에게 삭발을 받고 가사를 걸치게 됨으로써 형식적이긴 하지만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이제 보리달마는 정식으로 불조 27대의 법통을 이어받은 28대조가 된 것이다.

보리달마는 반야다라 조사에게 감사의 예를 올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지향해야 할 길을 물었다.

“조사님! 제가 이미 하나(一)의 진법을 받았거늘 마땅히 어디에 가서 불사를 행해야 좋을런지요?”

반야다라는 천천히 눈을 뜨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보리달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전한 하나(一)의 진법은 본시 동쪽 땅에서 전래한 것이니라.

그 법을 마땅히 동쪽으로 회귀시키는 것이 네가 할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니 이곳 남천(南天)에서 교화를 행하도록 하라.

그러다가 내가 죽은 뒤 67년이 지난 다음 동쪽 땅으로 가서 진법을 전하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너의 본분임을 잊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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