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⑤ 반야다라의 교시 날짜 2016.12.12 16:34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685

보리달마는 반야다라 조사의 인과(因果)를 꿰뚫어 내리는 교시(敎示)에 새삼 감복했다.

“조사님. 듣자옵건데 동쪽 땅에도 고승대덕들이 많다고 하던데…,

제가 그곳으로 가야만 할 어떤 인연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반야다라는 달마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잠시 눈을 감은채 깊은 명상에 잠겼다.

이윽고 눈을 뜬 조사는 눈동자의 촛점을 고정시키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 갔다.

“네가 그곳으로 반드시 가야할 이유는 진법을 원래의 곳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 너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네가 그곳에 가면 많은 사람들의 추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남쪽은 너와 별로 인연이 없다.

왜냐하면 그곳 사람들은 비록 불교를 숭상하고는 있지만 불교의 참이치는 잘 모른다.

설령 네가 교화하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의 방해에 봉착할 것이다.

그곳에선 절대 오래 머물러서는 안되느니라. 내가 게송 하나를 너에게 들려주겠노라.”

보리달마는 조사의 가르침을 되뇌이면서 공손하게 말했다.

“원컨대 조사님의 게송을 듣고자 합니다.”

"길을 가고 물을 건너 다시 양을 만나고 홀로 외로이 강을

건너네 햇빛 아래엔 가련한 한 쌍 코끼리와 말 두 그루 계수나무 있는 곳 오래오래 창성하리라”

(路行跨水復逢羊 / 獨自棲棲暗渡江 日下可憐雙象馬 / 二株嫩桂久昌昌)

이 게송은 보리달마가 동쪽으로 갔을 때 일어날 일을 예언한 것이다.

맨마지막 구절의 ‘두 그루 계수나무’가 있는 곳은 소림(少林)사를 말하고

‘오래’를 나타내는 ‘구(久)’자는 아홉을 뜻하는 구(九)와 상통한다.

따라서 소림사에서 구년면벽으로 창성하게 될 것을 노래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송의 첫 구절의 ‘양(羊)’은 양(梁)나라를 상징한 것이고,

다음 구절의 ‘외로이 강을 건너가는’ 대목은 양 나라 무제(武帝)와

헤어져서 양자강을 건너가는 것을 예언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구절의 코끼리와 말은 각각 양 나라와 위(魏) 나라의 임금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송을 들은 보리달마는 반야다라에게 물었다.

“자꾸 여쭙게 됨을 용서하십시오. 다음엔 무슨 일이 있겠는지요?”

반야다라가 대답했다.

“내가 죽은 뒤로 105년이 지나면 작은 난리가 있을 것이다.”

“무슨 난리를 말씀하시는지요?”

“나의 게송을 듣거라!”

반야다라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읊조렸다.

“마음 속은 길하건만 머리 밖은 흉하고 시냇물 아래

승방은 이름에 걸맞지 않네 독룡을 만나 무자를 낳고 홀연히 생쥐 만나니 오래도록 적막하리”

(心中雖吉外頭凶 / 川下僧房名不中 爲遇毒龍生武子 / 忽逢小鼠寂無窮)

보리달마는 몸을 굽혀서 읍을 하고 또 물었다.

“다시 그 이후는 어떻겠습니까?”

반야다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이후에 너는 총림(叢林)에서 한 사람을 만나 도과(道果)를 얻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들려줄 게송 하나가 더 있느니라!”

“그저 가르쳐 주시기만 바랄 뿐이옵니다!”

반야다라는 다시 낭송을 시작했다.

“동쪽 땅 비록 넓으나 별다른 길 없구나 자손의 힘 빌려 걸어

나아가야 할지니 금계가 물어온 조 한 알로 사방의 나한과 승려를 공양하네”

(震旦雖闊無別路 / 要假兒孫脚下行 金鷄解御一粒粟 / 供養四方羅漢僧)

게송을 끝마치자 반야다라는 불자를 한 번 털고는 본당 밖으로 훌쩍 나갔다.

보리달마는 조사의 현묘한 말씀과 이치에 새삼 감동했다.

자기도 모르게 찬탄의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는 반야다라가 불교의 융성과 침체를 예견하고 읊은 세 가지 게송의 속뜻을 깊이 되새겼다.

그는 정법이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라고 절감했다.

짚신을 신고 운수행각(雲水行脚)하며 보리를 증험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

불문의 계율과 선법을 널리 펼침으로써 세간의 도탄에 빠진 생령들의

죄악을 물리치고 나아가서 가련한 중생들의 심령(心靈)을 밝혀주리라고 다짐했다.

불경에 파묻혀서 그리고 종소리와 경소리를 들으며 사는 완벽한 승려의 생활이 시작됐다.

이로부터 보리달마는 조사의 곁을 한 번도 떠난 일이 없었다.

어언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날도 여전히 태양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다.

반야다라 조사는 몸에 회색가사를 걸치고 발에는 삼으로 엮은 신발을 신은 다음 보리달마를 불렀다.

두 사람은 본당 앞 넓은 바위 앞으로 나왔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를 콸콸 소리내며 흐르는 계곡물이 해질녘의 고요함을 부수고 있었다.

저녁 햇살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절벽과 계곡으로 거꾸로 내려가고 있었다.

반야다라 조사는 유난히 냉정한 모습을 하고 보리달마에게 말했다.

“옛날 석가여래께서 가섭존자에게 정법을 전해 주신 이래로 이처럼 27대나 흘러서 나에게 이르렀다.

네가 나와 함께 한지도 이미 40년이 되었으니 오늘 나도 너에게 정식으로 법위(法位)를 맡기고자 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인생은 비록 잠시지만 길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

길은 영원히 다함없이 무궁한 것이니라.”

보리달마는 조사가 열반에 들어 법과(法果)를 증험하시려는 것을 알았다.

황망히 두 손을 합장하고 엎드려 말했다

“제자는 삼가 조사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듣겠나이다.”

“그래, 그래.”

반야다라는 얼굴 가득히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게송을 읊기 시작했다.

“마음 속에 여러 씨앗이 생겼으니 이로 인하여 다시 이치가 생기고,

정과를 이루면 보리도 원만해지니 꽃피는 아름다운 세계 열리네”

(心地生諸種 / 因事復生理 果滿菩提圓 / 華開世界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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