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⑥ 유상종의 존자와의 만남 날짜 2016.12.12 16:47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878

역사의 기록에는 반야다라가 게송을 통해 보리달마에게 법을 전해 주었다고 쓰여있다.

물론 이 기록이 틀린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가섭 존자 이래로 단전(單傳)돼온 법통은 단순히 게송으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소리만이 아닌 빛과 파장(波長)으로 현관(玄關)에 지점(指点)됨으로써 전해지는 것이다.

반야다라는 보리달마에게 마지막 게송을 읊은 다음 두 손바닥을 활짝 폈다.

곧 이어 손바닥 한가운데서 오색찬란한 빛이 발산되었다.

눈이 부셔 바로 볼 수가 없었다. 동시에 반야다라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사방으로 퍼지던 오색의 빛살은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큰불이 되었다.

그 불 속으로 반야다라 조사의 온 몸이 휘감겨 들어갔다.

보리달마가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커다란 놀라움 속에서 조사를 향해 엎드렸다.

“조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맹렬한 불길은 곧 사그라졌다.

이윽고 공중에선 사리가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보리달마는 승복을 걷어올려 쏟아져 내리는 사리를 황망히 받아 안았다.

사리에선 영롱한 빛이 감돌고 향기가 사방에 퍼졌다.

보리달마는 다시 공중을 향해 수없이 절을 했다.

사리를 소중하게 받들고 본당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어서 정중하게 의식을 치렀다.

보리달마는 반야다라 조사의 가르침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가르침은 날이 갈수록 더욱 새롭게 다가왔다.

그는 조사가 물려준 4권의 능가경(楞伽經)을 법보로 삼았다.

스승이 말한 대로 보리달마는 남천축에서 교화에 힘을 기울였다.

중생들을 향해 널리 무상(無相)을 선양했다.

무상으로써 망념(妄念)을 깨뜨리고, 무상으로써 실상(實相)을 드러내게 하여

자신을 닦아 ‘진여(眞如)’ ‘열반(涅槃)’ ‘법신(法身)’을 이루는 것이 정도라고 가르쳤다.

보리달마는 일체의 상식적인 앎이 모두 진실이 아님을 체득해야만 비로소 진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경계(境界)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벽관(壁觀)’을 강조했다.

흔히 달마의 ‘벽관’은 소림사에서의 9년 면벽이 처음인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체계는 이미 오래 전에 갖추어진 것이었다.

이것은 이른바 이입사행(二入四行)도 마찬가지다.

이것 역시 보리달마가 남천축에서 이미 가르쳤던 것이기 때문이다.

달마의 ‘벽관’은 대개 ‘면벽’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벽을 향해 앉는 것과 벽을 등지고 앉는 것으로 나누어 벽관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벽관’의 참뜻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음을 벽과 같이하여 망념이 끼여들지 못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입(理入)’을 통해 자기 마음의 청정한 본성을 깨달아

열반을 증득하고 해탈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 보리달마의 가르침이다.

보리달마는 이입(理入)과 함께 행입(行入)을 강조했다.

행입은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해서 사행(四行)이라고도 부른다.

사행의 첫째는 보원행(報怨行)이다.

힘든 길을 닦으면서도 원망하지 않음을 이르는 것이다.

둘째는 수연행(隨緣行)이다. 후박(厚薄)과 득실(得失)을 따지지 않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셋째는 무소구행(無所求行)이다. 탐욕을 버리고 소유를 끊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넷째는 칭법행(稱法行)이다. 일체의 행위가 법상(法相)과 맞아야 함을 이르는 것이다.

이입(理入)과 행입(行入)을 합해서 이입(二入)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두 가지가 뜻하는 바는 바로 반야성공(般若性空)의 공(空)을 구하는 것이라고 일컬어진다.

보리달마가 남천축에서 교화에 힘쓸무렵 그 곳엔 이름 높은 두 사람의 선사(禪師)가 있었다.

한 사람은 불대선(佛大先)이고 또 한 사람은 불대승다(佛大勝多)였다.

이 두 사람은 일찍이 보리달마가 천상사(天象寺)의 발타대사(跋陀大師) 문하에서 공부할 때 만난 도반이었다.

당시 발타대사는 소승선(小乘禪)을 대표하는 인물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보리달마는 인연 따라 반야다라의 수제자가 되어 법통을 잇게 됐다.

반야다라는 소승을 버리고 대승선(大乘禪)을 배우라고 가르쳤다.

보리달마에 뒤이어 불대선도 반야다라의 대승선 문하에 들어왔다.

불대선은 차츰 두각을 나타내 보리달마와 함께 이른바 감로이문(甘露二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불대선은 보리달마와 전혀 달랐다.

여전히 소승선법을 숭봉하며 널리 문도들을 거두니 그의 문하엔

재재다사(才才多士)가 모여들어 가히 천하를 뒤덮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많은 문도들은 제각기 갈라져 별도로 자기의 견해를 내세우며 교화를 펼치기 시작했다.

이래서 생겨난 것이 이른바 육종(六宗)이다.

육종의 첫번째로는 유상종(有相宗)이 손꼽힌다.

두번째로는 무상종(無相宗), 세번째로는 정혜종(定慧宗),

네번째는 계행종(戒行宗), 다섯번째는 무득종(無得宗), 여섯번째는 적정종(寂靜宗)이다.

이처럼 여러 종파가 생기자 적지 않은 혼란이 일어났다.

서로 의리(義理)를 저버리는 일까지도 벌어졌다.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른가 하는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보리달마는 이런 상황을 매우 마땅치 않게 여겼다.

그는 소승이니 대승이니 하며 나누는 것 자체를 불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던 터였다.

그는 갈수록 도를 넘어서는 종파들의 다툼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어떻게 하든 종파들을 설복해 하나로 귀의시켜야만 한다고 마음먹었다.

보리달마는 가사를 걸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가 맨 처음 찾은 것은 유상종의 살바라(薩婆羅) 존자였다.

이윽고 한낮이 다 되어 유상종의 본거지에 도착했다.

때마침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더니 이내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금새라도 한바탕 폭우가 쏟아질 듯 싶었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산문에 들어섰다.

산문 안에선 노승 한 사람이 손을 이마에 대고 먼 곳을 살피고 있었다.

보리달마는 성큼 노승 앞으로 다가갔다.

“삼가 여쭙겠습니다. 살바라 선사를 찾아뵈러 왔습니다만….”

노승은 찬찬히 보리달마를 살펴본 후 두 손으로 합장하며 대답했다.

“대사께서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무엇을 보여 주시려고 오셨습니까?”

보리달마는 어깨를 젖히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제가 제대로 찾아왔군요. 유상종의 존자를 이렇게 만나다니….

오래 전부터 명성은 익히 들어 왔습니다만,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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