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⑦ 살바라와 보리달마의 대화 날짜 2016.12.12 16:58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91

노승은 짐짓 놀라면서 물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대사의 법호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예에, 저는 보리달마라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들은 살바라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리달마가 찾아오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리달마가 누구인가.

석가모니불의 27대 조사인 반야다라의 법통을 이어받은 28대 조사가 아니던가.

일찍부터 만나고 싶었던 분이 몸소 산문을 찾아 왔으니 그 놀라움과 감격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었다.

살바라는 보리달마가 이처럼 온 데는 깊은 뜻이 있으리라고 짐작했다.

황공스런 자세로 옷깃을 여미며 몸을 숙였다.

“조사께서 이렇게 왕림해 주셔서 영광이옵니다.

미처 알아뵙지 못하고 제대로 맞이하지 못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보리달마도 합장하며 고개를 숙여 읍했다.

“조사께서 오셨으니 반드시 무슨 가르침이 있으시리라고 믿습니다.

어서 안으로 드셔서 말씀하시지요.”

“좋습니다, 좋습니다.”

보리달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살바라를 뒤따랐다.

두 사람이 들어선 방은 넓고 밝았다.

정면엔 옻칠한 검은 제단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석가모니불의 목조각상이 모셔져 있었다.

남쪽으로 난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창 밖으론 작은 뜰이 보였다.

창가엔 장방형의 책상이 놓여 있고, 책상머리엔 한 무더기의 경전이 쌓여 있었다.

살바라는 매우 정중하게 보리달마를 상석으로 모셨다.

그러나 눈길은 보리달마의 얼굴에 꽂혀 떠나질 않았다.

굵은 눈썹 아래의 두 눈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맑은 눈 속의 깊이는 도저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일체를 통찰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에 살바라는 마음과 몸이 함께 떨렸다.

보리달마가 좌정하자 살바라가 공수(供手)하며 공손하게 물었다.

“삼가 여쭙겠습니다. 조사께서는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고 하시는지요?

소승은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듣건대, 존자께서는 스스로 하나의 종파를 세워 이름을 유상종이라고 하셨다지요.

빈승(貧僧)이 여기 온 것은 그 가르침을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가르침이라니요, 당치도 않으십니다.”

살바라는 당황해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순간 보리달마가 벌떡 일어섰다.

정색을 하면서 살바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빈승이 듣기로 유상종은 실상(實相)을 중시한다던데,

일체의 모든 법을 어찌 실상이라고 할 수 있소?”

살바라가 응수했다.

“제상(諸相) 가운데서 함께 될 수 없는 것을 이름하여 실상이라고 합니다.”

보리달마는 껄껄 웃었다.

“일체의 형상 가운데 서로 함께 될 수 없는 것을 실상이라고 이름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정한단 말이오?”

살바라가 지체없이 대답했다.

“제상 중에는 실로 정해짐이 없고, 정해진 것이 있다면 그것을 실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보리달마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당신이 말한 대로라면 제상은 정해짐이 없고 이를 실상이라고 칭한다는 것인데,

지금 만약 정해짐이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어디서 얻을 수 있소?”

살바라는 멈칫했다. 그러나 곧 이어 강변했다.

“제가 정해짐이 없다고 한 것은 제상을 가리켜 말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제상을 말한다면 당연히 정해짐이 있지요.”

보리달마는 큰소리로 웃었다.

“그런 것이 아니오, 그것은 틀렸소. 당신이 말하는 정해짐이 없는

것을 만일 실상이라고 칭한다면 그것은 곧 정해지는 것이니,

실상이라고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오.”

살바라는 보리달마가 순간적으로 헛짚었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포착했다고 판단한 살바라는 기세 등등하게 논리적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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