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⑧ 무상은 마음에 나타나는 것이아니다. 날짜 2017.02.17 10:41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403

살바라가 보리달마의 말꼬리를 잡아 퍼부은 공격은 얼핏 보아 논리정연한 듯 싶었다.

“정해짐이 없는 것을 실상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곧 정해지는 것이니

그것은 실상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조사의 말씀은 틀린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해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모두 실상이라고 할 수 없게 됩니다.

조사께 삼가 가르침을 청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일러 실상이라고 하는지요?”

보리달마는 점잖게 응수했다.

“빈승의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실상은 불변(不變)하는 것입니다.

변한다면 실상이라고 할 수 없지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 그런 것은 실상이 아닙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살바라는 눈이 번쩍 떠지는 것 같았다.

비로소 보리달마가 말한 바의 참뜻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몸을 굽혀 큰절을 올렸다.

“조사께 여쭙겠습니다. 저같은 사람도 깨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보리달마는 나직하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다음과 같이 일렀다.

“실상을 알아야만 비상(非相)을 보게 되고, 비상을 알아야만 실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는 매우 현묘한 도리입니다. 이를 현상 가운데서 행해 나가면 실상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자 살바라는 마음 속까지 환해옴을 느꼈다.

얼른 땅에 엎드려 거듭 큰절을 올렸다.

“조사께서 가르쳐 주신 법을 마음깊이 새겨 두고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살바라는 밖으로 나가 문도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그리고 문도들에게 종문(宗門)을 해산하고 보리달마에게 귀의할 뜻을 밝혔다.

문도들 또한 일제히 보리달마에게 예를 올리고 그 뜻에 따르기로 다짐했다.

보리달마가 온 목적은 이렇게 해서 이루어졌다.

그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합장했다.

잠시 후 보리달마의 몸이 한 길이나 솟구쳤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살바라와 문도들은 놀라움의 정도를 넘어 할 말을 잊은 채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그러나 이런 일은 보리달마의 공력에 비추어 아무 것도 아니다.

숨을 모아 족기(足氣)를 움직이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살바라는 즉시 문도들에게 종문(宗門)을 해산한다고 선포했다.

아울러 보리달마에게 귀의할 것을 거듭 다짐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보리달마는 무상종 선관(禪觀)의 산문에 나타났다.

무상종의 승려들은 그가 28대 조사임을 알고 예의를 갖추어 불전으로 모시고 인사를 올렸다.

보리달마는 불전 중앙에 앉아 사방 가득히 들어차 있는 무상종의 승려들을 향해 합장하며 예를 표했다.

그리고 한바퀴 대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모두 무상(無相)을 신봉하신다구요. 여러분들이 말하는 ‘무상’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증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여러 승려들은 평소에 입으로 무상을 외워 왔지만 그저 그렇다고 여겼을 뿐 그러함의 연유는 알지 못했다.

얼른 대답하며 나서는 이가 하나도 없음은 당연했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바라제(波羅提)라는 승려가 나서서 감히 대답했다.

“우리가 말하는 무상은 마음 속에 나타나지 않는 연고(緣故)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보리달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큰 소리로 웃었다.

“묻겠는데, 그대의 마음 속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상인 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바라제는 서둘러 변론했다.

“제가 방금 말씀드린 무상은 결코 마음에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마땅히 그것이 있을 때는 있다고 여기고, 마땅히 없을 때는 없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보리달마가 반문했다.

“이미 유(有)와 무(無)가 모두 마음으로부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면

그대가 말한 두 개의 ‘마땅히’라는 말은 근거가 없는 것이 되지 않겠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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