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①⑨ 남천축의 교화 날짜 2017.02.17 11:00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651

여러 승려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보리달마의 지적이 옳다고 생각했다.

바라제도 자기가 말한 두 개의 ‘마땅히’라는 말이 공허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체면치레는 해야겠기에 억지인 줄 알면서도 자신들의 무지가 당연한 것인양 강변했다.

“조사께 여쭙겠습니다.

우리 불학(佛學)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삼매(三昧)를 말합니다.

그러나 진정 몇 명이나 되는 승려들이 삼매의 진체(眞諦)에 들어갔습니까?

하물며 우리처럼 무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오죽 하겠습니까.

저는 이 문제에 대한 조사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좋소!”

보리달마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외람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상(相)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유와 무를 이야기할 수 있겠소.

또한 유와 무를 분명히 모르면서 어찌 삼매를 알 수 있단 말이오.”

이 말을 듣자 바라제는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었다.

황급히 땅에 엎드려 몇 번이나 절을 하며 말했다.

“조사께서 저희들을 깨우쳐 주시니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것 같습니다.

저희들의 잘못을 알겠습니다. 원컨대 조사께서 저희들을 이끌어 주소서!”

다른 승려들도 다투어 몰려와 일제히 큰절을 올렸다.

“원컨대 조사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어리석은 저희들을 가르쳐 주소서!”

보리달마는 깊이 생각한 뒤 말문을 열었다.

“내가 지금 여러분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 곳은 오래지 않아 큰 재난을 입게 될 것이오.

여러분은 널리 교화를 행하여 하루빨리 보리를 증득하시오!”

말을 마치자 선관 밖을 감돌던 한 조각의 상서로운 구름이 갑자기 바람에 날려오듯 법당 안으로 들어왔다.

보리달마는 눈 깜짝할 사이에 구름에 몸을 싣고 사라졌다.

모두가 놀라서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다.

“정말로 성조(聖祖)이시다!”

법당 안에 있던 승려들은 일제히 엎드려 오랫동안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이런 행적으로 보리달마는 정혜종의 바란타(婆蘭陀),

계행종의 현자(賢者), 무소득종의 보정법사(寶靜法師), 정적종의 존자 등

나머지 사대 종문의 수령들을 설복시키니, 마침내 육대 종문 모두가 보리달마의 문하로 귀의했다.

이런 일이 있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보리달마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상종이 자리잡고 있던 지역에 폭우가 쏟아져 엄청난 수해를 입었다.

이를 계기로 보리달마의 명성은 더욱 높아져 갔다.

이로써 남천축의 교화는 뜻대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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