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②ⓞ 도견왕의 죄악. 날짜 2017.02.17 11:03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668

세월은 흘러 60년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보리달마는 청봉산의 작은 절에 머물고 있었다.

이 곳은 반야다라를 스승으로 모신 최초의 절일 뿐 아니라 산수가 그 어느 곳보다 빼어났기 때문이다.

중생들을 선공(禪功)과 불법(佛法)으로 교화시키기에 안성맞춤인 그런 곳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이미 보리달마에게 귀의한 여섯 종파의 문도들이 모두 이 곳에 와 조사를 모시면서 하늘같이 따랐다.

이 날도 전과 다름없이 장중하게 저녁예불을 올렸다.

본당 안의 보리달마는 방석 위에서 눈을 감고 입정에 들어간 지 오래되었다.

그 앞엔 여섯 종파의 문도들이 모두 엎드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입정 상태는 침묵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감실 위에 켜진 한 쌍의 초에서 갑자기 불꽃이 탁 튀었다.

보리달마가 입정에서 깨어났다.

불꽃 튀는 소리에 놀라기라도 한 듯 탄식하며 소리쳤다.

“도견왕(導見王), 죄악입니다. 죄악입니다!”

여러 승려들은 고요함을 깨면서 보리달마가 갑자기 큰 소리로 도견왕을 부르는 소리에 놀랐다.

모두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당혹스러워했다.

일찍이 전혀 그런 일이 없던 조사께서 무슨 일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남천축의 향지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향지국왕이 서거한 뒤 60여 년 사이에 왕위는 3대째 바뀌었다.

현재의 도견왕은 보리달마의 조카다.

한데 이 도견왕은 비록 이름은 도(導)견(見)이지만 할아버지나 아버지 때와는 전혀 달랐다.

조상이 숭상하던 전통을 반대하고 나아가 불(佛)법(法)승(僧) 삼보를 비방하고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신하들에게 이렇게까지 말했다.

“우리 조상들은 그대들이 잘 아는 것처럼 모두 불교를 믿어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수명은 모두 길지 않아서 재위한 지 얼마 안 되어 돌아가셨다.

불교가 아무 위력도 없음을 가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흔히 선악은 반드시 응보가 있다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것은 중들이

마음 속에서 멋대로 지어 낸 것일 뿐 전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도견왕은 명령을 내려 전국의 사찰을 폐쇄시키도록 했다.

심지어는 선왕의 위패를 모신 절까지도 문을 닫으려고 들먹거렸다.

보리달마에게 이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향지국으로 직접 가서 도견왕을 교화시키고 왕명을 철회토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조금 전 그가 입정에서 깨어나면서 지른 고함은 바로 그런 내심을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뜻이었다.

보리달마 앞에 엎드려 있던 승려 가운데 바라제와 종승(宗勝)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몸을 일으켜 절을 하며 말했다.

“불법에 재난이 닥친 이 마당에 조사께서는 어떤 결단이 있으신지요? 저희에게 가르침을 열어 보여 주십시오.”

보리달마는 지긋이 바라제와 종승을 쳐다보았다.

눈길이 바라제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는 바라제가 도견왕과 서로 인연이 있음을 알았다.

그를 보내면 도견왕을 설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도견왕이 삼보를 비방하고 사찰을 폐쇄하려는 것은 마치 잎사귀 하나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생각을 뿌리채 뽑아 버려야 한다!”

보리달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라제보다도 종승이 먼저 나서서 고했다.

“도견왕을 설복시키는 것은 자질구레한 일입니다. 조사께서 직접 수고하실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불법은 얕으나 제가 가서 설복시키겠습니다. 허락해 주시옵소서.”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