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②② 무엇이 부처란인가? 날짜 2017.02.17 11:12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704

종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연하게 말했다.

“이번에 온 것은 대왕을 교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도견왕은 버럭 화를 냈다.

“건방지도다! 그대가 무슨 도력이 있기에 나를 교화한다는 건가.

도대체 내가 그대에게 무슨 교화를 받을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러나 종승은 물러서지 않았다.

도견왕의 질문을 구실 삼아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보려고 했다.

“여쭙겠습니다. 대왕께서는 나라를 편안하게 다스리기 위해 어떤 도력에 의지하시는지요?”

도견왕은 큰소리로 웃었다.

“나의 능력에 의지하오!”

“그 능력은 어디서 온 것입까?”

도견왕은 종승이 너무 빤한 질문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따위 질문엔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았다.

“나의 능력은 나라를 다스리는 가운데서 배운 것이다!

내가 요즘 너희들의 사악한 법을 물리치고 항복시키려고 하는 까닭도

나라를 다스리는 가운데 너희들의 정체를 알았기 때문이다!”

종승은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하게 전개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대가 나를 교화할 도력이 있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그대의 도력으로 어떤 사람을 항복시킬 수 있는지 나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

종승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앞에 있는 도견왕조차도 설복시키지 못하는 터에 또 누구를 설복시킬 수 있단 말인가!

도견왕은 종승이 꿀먹은 벙어리가 되자 욕설과 비웃음을 한껏 퍼부었다.

마침 그때였다.

밤하늘에서 한 무더기의 흰 구름이 날아와 앞뜰을 둘러싸는 것이었다.

구름 위에는 가사를 걸친 스님이 서 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도견왕은 너무나 놀랐다.

종승에게 거듭 내뱉으려던 조롱의 말을 꿀꺽 삼켜버리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묻겠는데 구름 위의 스님은 ‘사(邪)’요 아니면 ‘정(正)’이오?”

스님이 구름 위에서 대답했다.

“나는 ‘사’도 아니고 ‘정’도 아니오. 다만 ‘사’를 바로 잡으려고 온 것이오!”

그 소리는 도견왕의 오만방자함을 자극한 듯 싶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도견왕은 종승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여봐라, 게 누구 없느냐! 이 사승(邪僧)들을 썩 물러가게 하라!”

내관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종승을 끌어냈다.

그런 소동과는 아랑곳없이 구름 위의 스님은 이미 앞뜰에 내려와 잔잔한 미소를 품고 서 있었다.

도견왕은 비로소 그 스님이 무상종의 바라제임을 알아보았다.

종승이 보리달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나갔을 때부터 가능성은 이미 없어 보였다.

보리달마도 미리 결과를 헤아린 바 있었다.

도견왕을 설득하기는커녕 도리어 불도(佛道)에 해를 입히는 꼴이 될 것을 염려하여

바라제로 하여금 지체없이 종승을 뒤쫓게 했다.

종승도 구하고 나아가 도견왕을 교화하기 위해서였다.

바라제는 보리달마의 공력에 힘입어 구름을 타고 왕궁으로 날아들었다.

그때 마침 종승은 혼쭐이 나 내몰리던 판이었다.

바라제는 도견왕 앞으로 나서더니 예의도 차리지 않고 질문부터 했다.

“대왕께서는 스스로 도(道)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찌하여 사문을 쫓아내려고 하십니까?

어리석은 소승이 무슨 법력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감히 그 까닭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도견왕은 내심 불쾌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응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종승도 꼼짝 못했는데 바라제인들 별수 있겠냐 싶었다.

그리고 혹시 바라제에게 무슨 신통한 법술이라도 있다면 견문을 넓히는 데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좋아요. 내 대답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물어 볼 것이 있소.

그대들 승려들은 말끝마다 내 몸이 부처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부처란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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