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달마 이야기 ⑤ 발타대사 날짜 2016.08.03 16:05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916

“대사님! 부르셨습니까? 무슨 가르침을 내리시려는지요?”

“일어나거라, 일어나거라!”

발타대사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 막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나서 서재의 책상 서랍을 열고 보자기에 싼 꾸러미 하나를 꺼내더니 책상 위에 펼쳤다.

보자기에 싸여 있는 것은 모두 번쩍번쩍하는 보석들이었다.

발타대사는 막의에게 물었다.

“이 보석들은 행자승들이 청소를 하다가 보리다라의 침대 밑에서 발견한 것이다!…

너와는 매우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아는데…, 혹시 그가 어디서 온 사람인지 알고 있느냐?…”

“저….”

막의는 대답할 말을 잊은 채 얼굴을 붉혔다.

그녀와 그는 사형·사매의 관계에서 조금도 벗어난 행동을 한 적이 없는데 매우 친하게 지낸다고 하시다니?

‘매우 친하게 지낸다’는 말은 마음 속으로 바라는 바이지만 겉으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이런 보석들을 일찍이 듣도 보지도 못했다.

하물며 이것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더욱 모를 일이었다.

그걸 그녀가 어떻게 대답할 수 있단 말인가? 막의의 두 입술은 한동안 붙었다 떨어졌다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한마디 말도 쏟아내진 못했다.

“너도 모른단 말이냐?” 발타대사는 되는대로 보석을 싼 다음 다시 한번 막의에게 다짐받듯 물었다.

“그가 평소에 보석에 관한 일을 너에게 한 번도 말한 일이 없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런 적은 전혀 없습니다!”

막의는 감히 말했다.

“심지어는 그의 출신성분이나 경력조차도 모릅니다. 물을 필요도 없었구요.”

발타대사는 막의가 귀여운 듯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튼 그는 부귀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막의는 이 말에 자기도 모르게 반발하듯 대꾸했다.

“부귀한 사람이라고요? 아닐 겁니다. 그는 부귀에 관해선 조금도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

발타대사는 막의의 말에 수긍이 가는 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한동안 망설인 끝에 말했다.

“듣자 하니 남천축 향지국의 셋째 왕자가 궁을 떠났다는구나.

보아라! 이렇게 많은 진귀한 보석은 일반 민간에서는 극히 보기 어려운 것이다. 혹시 그가….”

“그가 셋째 왕자라구요?” 막의는 깜짝 놀랐다.

순간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정말 그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발타대사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행자승들이 한 이야기인데…, 얼마 전 조정에서 관원이 절에 온 일이 있었다는구나.

나도 혹시 착오가 있을까 염려스러워 향지국에 행자승을 파견해 조사해 오도록 했다.

확실히 셋째 왕자는 무술을 익히고 선수행을 하기 위해 궁을 떠났다는구나!”

“아!”

막의는 놀라서 그 자리에 쓰러질 뻔했다.

그제야 그녀는 마음 속에 짚이는 게 있었다.

보리다라 사형은 향지국의 왕자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자의 몸으로 궁성 안에서 존경받고 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산야의 총림에 묻혀 고생하며 수련에 매진하다니…,

실로 대단한 일이다.

이 왕자 사형에 대한 존경과 애모의 감정이 그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대사님! 저더러 가서 그에게 직접 물어 보라고 하시는 건가요?”

“아니다. 남이 말하고 싶지 않는 걸 캐묻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것도 우리 불문(佛門)의 제자들이 지켜야 할 일이니라.

그저 자연의 순리에 맡기도록 하자.

하지만 지금 보리다라가 쓰고 있는 방은 너무 낡았으니

내 생각에는 선방(禪房)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보석은 우선 네가 갖고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돌려주거라!…”

막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석 보자기를 건네 받았다.

그녀는 대사께서 보리다라의 거처를 옮겨 주려는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사께서는 다른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소동이 벌어질까 염려스러워

미리 보안 조처를 하시려는 것이 아닐까?

그녀는 발타대사에게 인사하고 몸을 돌려 정사를 나왔다.

절 안의 선방은 본당의 안쪽에 있다. 한 칸씩 단칸방으로 되어 있어 그윽하고 조용하다.

이 곳은 큰제자들의 거실로도 쓰이며 평상시에는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지금까지 보리다라가 쓰던 방은 요사채로 본당 밖에 위치한다.

이곳은 일반 스님들과 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거처다.

요사채에서 선방으로 옮겨 가는 것은 한 단계 승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수행자들이 자나깨나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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