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번뇌(煩惱) - '일상의 모든것이 번뇌' 가섭스님 날짜 2014.03.03 10:57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733

망상으로 번뇌하는 자신 성찰할 때

번뇌는 ‘지혜의 싹’ 틔우는 자량…

 

 

복잡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 상태로 인한 정신작용을 번뇌(煩惱)라고 한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를 포함해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괴로움까지 모두 번뇌에 해당한다.

그래서 일상의 모든 것이 번뇌일 수가 있다.

 

생멸법에 놓여 있는 모든 것이 번뇌의 존재라는 게 불교적 시각이다.

삶의 실존적 실상이 ‘고’라고 본다.

괴로움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와 진정한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

불교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 마음과 마음에 영향을 주는 환경에 대하여

관찰하고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결국 괴로운 삶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괴로운 상태를 극복해 다시는 괴로움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수행이다.

그래서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라고 했다.

번뇌는 해탈열반을 불러오는 기저(基底)역할을 한다.

우리들의 삶에서 괴로움이 없다면 무엇이 진정한 행복이고

얼마만큼 귀한 존재인지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번뇌는 범어로 클레샤(kles´a)라고 하여

고통 받는 것이나 괴로워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입아비달마론>상권에서는

“몸과 마음을 번란핍뇌(煩亂逼惱)케 하므로 번뇌라고 이름하며 이것이 곧 수면(隨眠)이다”라고 했다.

번뇌는 그 작용의 형태에 따라

수면(隨眠).전(纏).개(蓋).결(結).박(縛).루(漏).취(取).계(繫).사(使).구(垢).폭류(暴流).객진(客塵) 등의

여러가지 이름이 있다.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는 번뇌를 곧 수면이라고 했다.

또한 번뇌의 잠재적인 상태를 수면이라 하고,

표면에서 활동하는 상태를 전(纏)이라고 한다.

 

수면의 종류에는 98가지가 있다고 보고 여기에 10가지의 전을 합한 것이 108번뇌이다.

일반적으로 근본번뇌(根本煩惱)와

수번뇌(隨煩惱), 견혹(見惑)과 수혹(修惑),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으로 나뉜다.

근본번뇌는 모든 번뇌의 체(體)가 되는 근원적인 번뇌라고 한다.

근본번뇌에는 탐(貪, 욕심).진(瞋, 성냄).치(癡, 어리석음).

만(慢, 거만).의(疑, 의심).견(見, 삿된 소견)의 6번뇌가 있다.

이 중 견을 나와 나의 것이 있다고 집착하는 견해(有身見).편벽된 극단에 집착하는 견해(邊執見).

인과의 이치를 부정하는 견해(邪見).잘못된 것을 진실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는 견해(見取見).

잘못된 계율이나 수행법을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라고 집착하는 견해(戒禁取見) 등

5견으로 나누어 앞의 탐 등의 5번뇌와 합하여 10번뇌 또는 10사(十使)라고 한다.

 

이 중 탐.진.치 3가지는 모든 악업을 낳는 근본이므로

삼독(三毒).삼불선근(三不善根).삼박(三縛) 등으로 불린다.

탐은 자기가 애착하는 대상을 얻고자 하는 욕심,

진은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에 대한 거부와 배척,

치는 곧 무명으로서 아집에 얽매인 삿된 분별을 말한다.

유식학파(唯識學派)에서는 10번뇌 가운데

말나식(末那識, 자아의식)에 상응하여 항상 일어나게 되는 번뇌를

아치(我癡).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의 4혹(四惑)이라고 했다.

아치는 자아의 실상에 무지하여 무아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것,

아견은 자기의 심신이 5온(五蘊)이 화합해 연기(緣起)한 것임을 망각하고 실체라고 집착하는 것,

아만은 자아에 집착하여 거만한 마음을 갖는 것, 아애는 자아에 대한 애착을 말한다.

 

번뇌의 종류는 망상(妄想)만큼 다양하고 폭넓다.

망상은 인식의 비례로 작용하기 때문에

망상으로 바라보는 번뇌는 끝이 없고 번뇌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망상을 잡아야 번뇌도 끊어질 수 있다.

<마하지관>9권에 “만일 이와 같이 관찰하여 활연히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라면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번뇌라는 병이 치유되므로…

무명 그대로가 곧 법성이며 번뇌 그대로 보리”라고 했다.

 망상으로 번뇌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돌이켜 성찰할 때

번뇌는 지혜의 싹을 틔우는 자량이 되는 것이다.

 

 

[불교신문2917호/2013년6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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