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법회기초상식 - 발원문 날짜 2014.03.17 10:51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3456

모든 생명을 위한 서원

만물의 이익을 위한

행복과 평화의 염원

성취가 목적 아니라

꾸준히 실천하겠다는 다짐

 

 

법문에 이어 발원문과 정근, 사홍서원으로 법회가 진행된다.

발원문이란 부처님께 발원하는 내용을 담은 서원문을 말한다.

조계종 포교원이 펴낸 <불교입문>에서는 발원에 대해

“내 삶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내 삶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인생의 덕목이다.

발원은 그러한 지향점을 보편적 인류애로 확대하여

나를 비워나가면서 성위해 가는 몸과 마음의 몸짓이다”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사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발원문은

중국 당나라 말기,

육조 혜능스님의 3대 제자인 이산혜연선사의 발원문이다.

일부만 소개한다.

“…시방법계 다니면서 보현보살 행원으로 많은 중생 건지올제

여러 갈래 몸을 나퉈 미묘 법문 연설하고…

모든 생명 사랑하여 이내목숨 버리어도 지성으로 보호하리

삼재팔난 만나잖고 불법인연 구족하여 반야지혜 드러나고

보살마음 견고하여 제불정법 잘 배워서 대승진리 깨달은 뒤

육바라밀 행을 닦아 아승지겁 뛰어넘고 곳곳마다 설법으로 천겁만겁 의심 끊고

마군중을 항복받고 삼보를 뵙사올제 시방제불 섬기는 일 잠깐인들 쉬오리까

 

온갖 법문 다 배워서 모두통달 하옵거든

복과 지혜 함께 늘어 무량중생 제도하며 여섯가지 신통 얻고

무생법인 이룬 뒤에 관음보살 대자비로 시방법계 다니면서

보현보살 행원으로 많은 중생 건지올제

여러 갈래 몸을 나퉈 미묘 법문 연설하고

지옥아귀 나쁜 곳엔 광명 놓고 신통 보여…

애정끊고 삼계고해 뛰어나서 시방세계 중생들이 모두 성불 하사이다…”

 

매우 뛰어나고 애절한 마음이 담긴 발원문이면서,

한글번역본 또한 음율이 좋아 많은 사찰에서 사용하고 있다.

 

발원문은 때로 법회의 성격에 맞게 직접 작성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보통 신도대표나 스님이 발원문을 작성한다.

대중들은 발원문을 함께 낭독하면서 스스로 마음의 서원을 세우게 된다.

 

부처님께 올리는 발원은 그럼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까.

불교는 소원을 빈다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서원을 세운다”고 표현한다.

소원과 서원은 다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서울의 한 사찰에서 있던 일이다. 한 보살님이 매일같이 절에 나와 열심히 기도를 올렸다.

이를 본 주지스님이 하루는 보살님을 불러 차를 대접하면서 물었다.

“보살님께서는 무슨 간절한 마음이 있길래 매일 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까.”

그러자 보살은 “우리 남편이 최근 병원을 개업했는데 병원이 잘 되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스님이 되물었다. “그럼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야겠네요. 그래야 병원이 잘 될거 아닌가요?”

보살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못하자 스님은 다시 일렀다.

“불교는 서원의 종교입니다. 내 남편의 의술로 인해 아픈 사람들이 빨리 쾌유하고,

많은 사람들이 병고에서 해방되길 서원하며 기도해 보세요.”

그 이후 보살님의 기도가 달라졌고, 더욱 신심을 일으켰다고 한다.

불교의 발원은 이 스님이 말한 서원과 같다.

모든 사람이 이익되는 것이면서, 모든 만물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내용이 발원이다.

개인적인 이익이나 욕심을 위한 마음이 들어간 것과 달리

발원은 우리 모두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기도문이다.

발원은 또한 반드시 성취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성취를 위해 한발한발 꾸준히 나아가는데서 의미를 갖는다.

발원문은 반드시 법회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 회사에서 매일 같이 발원문을 작성하며

마음의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수행법의 하나다.

또 사찰을 찾았을 때, 법당에 올라가 예불을 올리고

혼자 조용하게 발원문을 낭독하며 기도를 하는 습관도 권한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으면서 마음으로 생각하는 행동이야 말로 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2957호/2013년10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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