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불교근본교설] 부처님 생애 12 - 카필라성으로 가다 - 날짜 2016.05.18 12:18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048
부처님의 아버지 정반왕은 아들 태자가 부처가 되어 많은 제자를 거느리며 대국의 왕들로부터 두터운 신임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소식을 이미 듣고 있었다.
그러나 태자가 좀처럼 고향을 방문하지 않자 드디어 아들의 곁에서 시봉을 했었고 출가하였을 때 환국을 권유하러 방문하였던 우다이를 태자에게 보내어 고향을 방문할 것을 요청하게 되었다.
정반왕의 명령을 받은 우다이는 세존을 찾아가 상봉하게 되었다.

"우다이야, 아버지 정반왕께서는 안녕하시냐?"

"부왕께서는 별일 없습니다만 언제나 아들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너는 내가 깨달은 진리를 좋아하지 않느냐?"

"아닙니다. 저 또한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하여 부처님을 방문한 우다이마저 출가 사문이 되었다. 그러나, 우다이는 자신도 법을 좋아해서 출가하기는 하였으나 카필라성을 떠날 때 임금님과의 약속을 잊을 수가 없어 어느 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카필라성으로 돌아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도 갈 것이다. 네가 도착한 7일 후에 도착할 것이다."

우다이는 먼저 카필라성을 향하여 이 소식을 전하러 갔다. 정반왕은 우다이까지 출가 비구가 되어 돌아온 것을 보고 실망이 컸다. 그러나 그간의 말씀을 전해들은 정반왕은 앞으로 7일 뒤에 아들이 고향을 방문한다는 말에 기쁘기는 했으나 부처가 되어서도 걸식을 하며 분소의를 걸치고 산다는 말에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호화롭게 자라던 아들이 비록 깨달음을 얻었다하나 거지와 같은 생활을 한다니, 아들 사랑이 지극했던 아버지의 마음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이 온 천하를 호령하고 지배하는 전륜성왕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그러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하니 세속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었던 아버지로서는 불만이고 걱정이었다. 그러면서도 대국인 마가다국의 빈비사라왕의 존경을 받고 있으며, 온 성안 사람들이 우러러 받들고 천명이 넘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말에는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들이 깨달았다는 진리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고 한편 아끼고 사랑하던 아들이 오래만에 고향을 방문한다는 소리에 정반왕은 환영준비에 바빴다. 거리의 청소를 하고 많은 음식을 준비하였다.

마가다국의 왕사성 근처의 죽림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정반왕은 카필라성 근처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인 니그로다 숲에다 비구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제자들을 거느리고 카필라국을 향하여 오던 부처님은 왕궁으로 들어오지 않고 니그로다 숲에 머물면서 때를 맞추어 성안에 걸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반왕은 화도 났고 섭섭하기도 하였다. 정반왕궁에서 공양을 받던 우다이도 부처님께서 니그로다 숲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더 이상 공양을 받지 않았다. 자기는 먼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반왕은 아들이 아무리 출가한 입장이라해도 여기는 자기의 고향이요, 더구나 자식에게 베풀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데도 왕궁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거리에서 걸식만 하고 있다하니 창피스럽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였다. 참다못한 아버지 정반왕이 먼저 부처님이 머물고 있는 니그로다 숲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정반왕은 궁궐안의 많은 석가족과 대신을 비롯하여 9만 9천의 카필라성의 주민을 이끌고 숲으로 향하였다.
한편 이러한 많은 석가족 사람들이 멀리서 숲을 향해오는 것을 바라본 부처님도 저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맞이하여야 할 지 걱정이 되었다. 출가인의 입장을 지키기 위해 앉아서 아버지 정반왕의 방문을 맞이하면 세상 사람들이 무례하다 할 것이고, 그렇다고 먼저 일어나서 그들을 맞이하면 저들은 큰 죄를 저지르는 것이 되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도 석가족은 순수한 혈통이라고 자부하여 교만심이 많고 자부심이 강하여 쉽사리 머리숙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방편을 써서라도 반드시 그들을 교화하여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던 것이다.

부처님은 그들이 오는 앞에서 신통력을 나투어 보는 사람들이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상상하기 어려운 신통력을 보게된 정반왕이 먼저 아들인 부처님 앞에 절하게 되었다. 그러자 궁궐안의 석가족 사람들, 좌우에 있던 장군들, 그리고 귀족과 부호들이 차례로 부처님께 절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환희심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아신 부처님은 위엄을 갖추시어 설법하기 시작하였다.

"중생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생사윤회의 깊은 바다에 빠져있다. 그러면서도 어리석어 스스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사윤회의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보시행을 닦고 청정한 계행을 지키며 자기를 참아 이겨 극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계속하여 부처님은 보시의 공덕과 출가의 공덕에 대하여 알기 쉽게 설하여 주었다. 환희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대중들을 향하여 '네 가지의 성스러운 진리의 길'을 갖가지 비유와 인연으로 방편을 써서 설법하시니 깊이 쌓여 있던 의심과 교만, 번뇌망상들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고 모든 사람들이 드디어 참다운 법을 보고(見法), 법을 얻어(得法), 법을 증득하며(證法), 법안에 들어오게 되니(入法), 이제까지의 모든 의심을 제도받아 번뇌망상을 없애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시는 의심하지 않고 두려움 없음을 얻게 되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서 모든 사람들이 삼보에 귀의하여 오계를 받아 우바새가 되었으나 정반왕만은 아들을 생각하는 애착이 두터워 아들인 부처님의 설법을 바르게 이해하여 깨달을 수가 없었다. 오직 세존의 앞자리에서 소리없이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리 온 세상의 존경을 받고 있는 부처라 해도 아버지의 눈에는 깨달음을 성취한 성자이기 보다는 자식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부귀영화를 누리던 태자였는데 비록 깨달았다고는 하나 먹고, 입고, 자는 삶의 모습은 마치 천민이나 거지와 다를 것이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이러한 인간적인 부모의 정이 깊이 깔려 있는 아버지 정반왕의 귀에는 진리라 할지라도 바르게 들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법안(法眼)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정반왕만은 그렇지를 못한 것이다.

불교 경전에서는 이러한 아버지의 심정을 살필 수 있는 대화가 전해지고 있다.

"옛날 궁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호위를 받았는데 산속에서 혼자 어찌 사느냐?"

"모든 두려움을 벗어나니 궁궐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비단 옷도 마다했었는데 분소의가 불편하지 않느냐?"

"옛날에는 탐욕심이 많아 그랬으나 이제는 그 모두를 버렸습니다."

"기름진 음식도 마다했었는데 걸식이 어렵지 않느냐?"

"모든 중생이 한 뿌리에 달려 있으니 남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싫다할 수가 있습니까?"

이러한 대화가 오가는 동안 많은 제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정반왕도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이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

부처님은 주위에 앉아 있는 제자들의 출신성분을 소개하고 그들이 한결같이 부자였고, 학문이 뛰어났던 양가집의 아들들이었음을 말씀드렸다. 이제까지의 상수제자들은 거의가 바라문족 출신이거나 마가다국의 부호의 아들들이었다. 그러나 정반왕의 생각은 달랐다. 정반왕은 크샤트리아인 내 아들은 반드시 크샤트리아족에 둘러쌓여 살아야만 옳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생각을 골똘이 하면서 왕궁으로 돌아왔다.

왕궁에 돌아오신 정반왕은 석가족을 모아놓고 석가족들이 출가하여야 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너희들 석가족들이 알다시피 내아들 싯달타가 출가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모두 받들어 섬기고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미 출가하여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모든 천상과 인간의 존경을 받으면서 법을 전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석가족의 자랑이고 크샤트리아 신분의 긍지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바라문족들이다. 이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크샤트리아 출신은 마땅이 크샤트리아에 의하여 시중을 받아야 옳을 것이다."

이말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되느냐고 물었다. 정반왕은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석가족 청년들의 출가를 선언하게 되었다.

"너희들 석가족은 때를 보아서 출가하여야 할 것이다. 한집에 5명의 형제가 있으면 3명 출가하고 2사람이 남아 가사를 돌보아라. 3형제가 있으면 2사람이 출가하고, 2사람의 형제가 있으면 한 사람이 출가하여야 한다. 그러나 외아들인 경우에는 출가하여서 안 된다. 우리 석가족의 장래를 위하여 종족을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가를 희망하는 석가족 청년들의 명단을 받으니 500명이나 되었다. 이들은 자기들이 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장신구가 더 이상 필요없게 되자 이제까지 자기들을 위해 일해준 궁중의 이발사였던 [우바리]에게 주기로 하였다. 우바리는 장신구를 받게 되자 자신도 생각하였다. 저들은 좋은 신분으로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면서도 그것을 버리고 출가 하려는데 내가 출가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고 생각하여 자기가 먼저 출가하기로 마음먹고 부처님을 찾았다.

"세존이시여,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불법을 만나기도 어렵다하였는데 이제 다행히 저는 세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신분 좋은 사람들도 모두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였는데 저는 비천한 몸이거늘 무슨 욕심이 있어 출가를 망설이겠습니까? 자비를 베푸시어 저를 출가사문이 되게 하시옵소서."

우바리가 먼저 출가를 하고 비구가 된 후에 정반왕은 석가족 청년 500명을 데리고 부처님께 와서 출가 비구로 만들 것을 요청하였다. 석가족들을 구족계를 주어 출가시킨 다음 먼저 출가한 우바리비구 앞에 예배하게 하였다. 그리고 부왕인 정반왕에게도 말씀드렸다.

"대왕이시여, 이제 비구 우비리에게 머리숙여 절하시고 지금 출가한 500명의 비구들에게 예배하십시오."

정반왕은 아들의 이러한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먼저 아들인 부처님의 발아래 예배하고 우바리비구와 500명의 석가족 출신비구들에게 차례로 절하였다. 정반왕이 차례대로 절하는 모습을 본 부처님은 비로소 환한 미소를 띄우면서 말씀하셨다.

"이제서야 석가족의 교만함을 항복받고 오만 무례함도 꺾게 되었구나!"

비록 출가하기 전에는 비천한 신분이라고 천대받던 우바리도 출가하여서는 부처님의 10대 제자가 되었고, 그 중에서 계율을 잘 지키는 비구로 인정받고 추앙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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