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불교이야기] - 두명의 수행자 - 날짜 2016.05.18 15:08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137

두 명의 수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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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두 명의 수행자가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의 이름은 나뢰였고, 다른 사람의 이름은 제기라였다. 그들은 깨달음을 얻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속세를 떠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춘하추동을 막론하고 그들은 동굴 속에서 잠자고, 풀로 만든 옷을 입고 살았다. 배가 고프면 열매를 따먹고 목마르면 샘물을 마시면서 조용하게 수행에 전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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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이 흐르자 그들은 속세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었고, 다섯 가지의 신통력을 얻게 되었다. 그 첫째는 천안통으로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이었고, 둘째는 천이통으로 그 어떤 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셋째는 비행통으로 공중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었으며, 넷째는 타심통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예지력까지 갖춰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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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제기라는 경전을 독송하다가 피곤해서 자리에 누웠다. 나뢰 역시 독송을 하고 있었는데, 동굴 안이 너무 좁아 그만 실수로 제기라의 머리를 발로 차게 되었다. 제기라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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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를 걷어찬 자는 내일 아침 해가 대나무 키만큼 떠올랐을 때 머리가 일곱 조각 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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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나뢰 역시 화를 내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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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수로 자네의 머리를 걷어찬 것인데, 어찌 그리 심한 저주를 할 수 있는가! 물건을 함께 두어도 부딪히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하물며 이 작은 동굴 안에 두 사람이 살면서 어찌 뜻밖의 실수가 없겠는가! 어쨌든 자네가 이미 그렇게 말해버렸으니, 나는 내일 태양이 떠오르지 못하게 할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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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뢰가 신통력을 쓰자 과연 다음날 해가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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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닷새 동안 해가 떠오르지 않고 세상이 암흑천지가 되자 위로는 왕에서 아래로는 일반 색성까지 모두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이에 국왕은 한 도사를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잠시 후 도사가 국왕에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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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이시여, 제가 점을 쳐보니 이는 산 속에 살고 있는 두 수행자가 다투는 바람에 생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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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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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이시여, 서두르지 마십시오. 내일 아침 일찍 국왕께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모든 백성들을 데리고 수행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가서 두 분에게 화해하라고 간절하게 부탁하십시오. 그들은 자비로운 수행자들이므로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결국 화해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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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의 말대로 다음날 국왕은 모든 백성들을 거느리고 산으로 갔다. 국왕은 먼저 나뢰를 발견하자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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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풍요롭고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수 있었던 것은 모두 두 분 도인들의 덕택이었습니다. 지금 두 분이 다투는 바람에 해가 뜨지 않는 변고가 생긴 것은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지 백성들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화해를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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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뢰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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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화해할 생각은 있습니다. 만일 제기라도 화해를 바란다면 당장이라도 해가 떠오르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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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왕은 곧장 제기라에게 달려가 나뢰의 뜻을 전했다. 제기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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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딴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해가 떠오르기 전에 진흙으로 나뢰의 머리를 일곱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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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은 서둘러 제기라가 시키는 대로 했다. 곧이어 해가 떠올라 사방을 환하게 비추자 백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그리고 해의 높이가 대나무 키 정도 되자 진흙으로 만든 일곱 개의 머리가 단숨에 갈라져버렸다. 그러나 나뢰의 머리는 말짱했다. 그후 두 수행자는 국왕을 도와 나라를 잘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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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이 사건은 두 수행자가 일부러 계획한 것이었다. 국왕과 백성들이 부처님의 인과법을 믿지 않는 것을 가엽게 여긴 수행자들이 이 일을 통해 그들을 교화하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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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기는 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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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취소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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