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불교이야기 - 누가 더 미련한가 날짜 2013.03.25 10:01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287

누가 더 미련한가

 

한 현자(賢者)가 열심히 불법을 따르다가 그만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처자들은 낙심하여 조금도 사는 재미가 없었다.

그들은 현자를 화장하고 뼈를 수습해 묻은 뒤에는 경전도 읽지 않고 향이나 등불 공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은 재산이 꽤 많아 달마다 초하루나 그믐이 되면 짐승을 잡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무덤 앞에 차리고는 슬피 울며 제사를 지냈다.

계율을 지킨 공덕으로 천상에 다시 태어난 현자는 그 모습을 보고 가엾은 생각이 들어 목동으로 변해 그 무덤 옆으로 갔다.

 

그때 갑자기 소가 죽어 쓰러지자 목동은 풀을 베어 소의 입 앞에 두고 먹으라고 타일렀다.

그러나 소가 가만히 있자 여러 대 때리면서 어서 일어나라고 울부짖었다.

계속 그러자 무덤 앞에 있던 사람들이 비웃으며 꾸중했다.

"아니, 소가 죽었으면 마땅히 소 주인을 찾아가 알려야지

죽은 소를 앞에 두고 울어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 네가 그렇게 운다고 죽은 소가 살아나겠느냐?"

그러자 목동이 말했다.

"그런 당신들은 이미 죽은 사람의 뼈를 묻어놓고, 왜 음식을 차리고 그렇게 슬피 울부짖는 것입니까?"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다.

 

목동이 다시 말했다.

"나는 전생에 너희의 아버지였다.

평소에 불법을 돈독히 믿은 과보로 천상에 태어났는데,

너희가 어리석은 짓을 하는 모습을 보고 깨우쳐주려고 이렇게 일부러 온 것이다.

나는 이제 하늘나라로 돌아가려 하니 만일 나처럼 되고 싶다면 더욱 열심히 부처님 법을 따르거라."

 

참된 의미를 잊고 습관적으로 지내는 제사는

망자와 유족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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