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말(馬)처럼, 미래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라 / 정운스님 날짜 2014.01.22 16:03
글쓴이 무법정사 조회 1785

 

북방불교 최초 사찰 말 이름 딴 백마사(白馬寺)

 

경전 태워오던 백마의 공덕 기린 사찰

 

번뇌 항복받는 위력 상징 마두관음〈馬頭觀音〉도

 

올해는 갑오년 말(馬)의 해다.

 

사람과의 밀착을 떠나 말도 한 생명이건만 무슨 업보로 사람을 태우고,

 

채찍으로 맞는 고통을 짊어져야하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청나라 황제 순치제의 ‘출가시’에 “자손들은 제 스스로 제살 복을 타고나니 자손을 위한다고 말과 소 노릇 그만하소”라는

 

구절이 있을 만큼 말은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다.

 

이 말이 불교와 관련이 깊다. 그중에 하나가 북방불교 최초의 사찰이 말 이름을 딴 백마사(白馬寺)라는 점이다.

 

 

중국에 불교가 전파된 경로는 여러 이설이 있지만, 역사적인 전거에 의하면 후한 효명제(58~75 재위) 시대라고 한다.

 

효명제가 어느 날 밤 꿈에 온통 금색 빛의 사람이 나타나 정수리에서 광채가 나고 몸에서 빛이 방광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 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사연을 물으니, 한 신하가 이렇게 말했다.

 

“서방에 신이 있는데 그 이름을 부처라 하고, 형상이 매우 장대(長大)하다고 합니다.”

 

이 말은 들은 황제는 “인도로 가서 경전과 승려를 모셔오라”며 십여명의 사신을 파견하였다.

 

사신들이 경전을 구하러 가는 중,

 

서역지방(대월지국)에서 백마(白馬)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오던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난(竺法蘭)을 만나 그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돌아왔다.

 

낙양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사람과 경전을 태우고 왔던 백마가 지쳐 죽자,

 

황제는 낙양문 밖에다 백마의 공덕을 기리는 백마사를 창건하였다.

 

이 절에 스님들을 상주케 한 뒤 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는데,

 

최초로 번역한 경전이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이다.

 

 

중국에서 문화혁명(1967~1976)이 일어났을 때, 백마사도 법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백마사에 모셔져 있던 11세기 요나라 때 조성된 18나한이 훼손되었고,

 

2000여년 전 인도 고승이 가지고 온 패엽경(貝葉經)이 불타버렸으며,

 

백마사 보물인 옥마(玉馬)가 산산 조각났다.

 

이런 일이 발생한지 얼마 뒤,

 

캄보디아의 해외 망명 군주 노로돔 시하누크(Norodom Sihanouk)가 중국을 방문해

 

“참배하고 싶은 사찰이 백마사”라고 하자,

 

당시 총리였던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자금성 안에 있던 패엽경과

 

 베이징 벽운사의 18나한을 낙양 백마사로 운송하였다.

 

 

또 말과 관련된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다.

 

부처님께서 성불한 뒤 최초로 5비구에게 설한 법문을 초전법륜(初轉法輪)이라고 한다.

 

륜(轉輪)은 바퀴를 움직여 차車를 앞으로 전진시킨다는 의미이다.

 

‘차’라는 것은 당시의 전차인데, 2필이나 4필의 말이 이끄는 마차(馬車)를 가리킨다.

 

이것을 타고 병사는 전쟁터를 달렸다.

 

인도의 아리안족은 원래 러시아 코카서스 지역에 살던 사람으로서

 

인도에 말을 타고 침입해 온 민족이다.

 

따라서 전륜은 왕이 군대를 움직여 땅을 정복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한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상징하는 말이다.

 

전륜왕 중에서 최고의 왕이 전륜성왕(轉輪聖王)이다.

 

이를 불교에서 차용해 전법륜(轉法輪)은 부처님의 법에 의한 통치를 상징한다.

 

전륜성왕과 관련된 말 이야기 중 마두관음(馬頭觀音)이 있다.

 

마두관음은 6관음 중 한분으로, 아미타불의 분노신(忿怒身)이고,

 

관음으로서 자성신(自性神)을 삼으며, 머리에 말 머리를 이고 있다.

 

말 머리를 이고 있는 것은 전륜성왕의 말이 사방으로 달려 그 위력으로 악의 세력을 굴복시키는 것처럼,

 

번뇌를 항복받는 위력과 정진력을 상징하는 관음이다.

 

부처님께서 감각기관을 잘 다스린 아라한을 길들여진 준마에 비유하였다.

 

갑오년, 한국의 승가도 준마처럼 힘찬 동력으로 정진해가기를 진심으로 발원한다.

 

[불교신문2979호/2014년1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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